2011년 20대 아르바이트 대학생의 산업재해 질식사와 관련 대기업을 관리 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 공무원이 이마트측에 유족들을 기만하는 협상전략을 조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부 공무원은 이마트 직원에게 유족과 직접 협상에 나서면 안되며 장례식 비용 정도만 챙겨주라고 조언했으며 전문 노무사도 직접 소개하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2011년 20대 아르바이트 대학생의 질식사 사건과 관련해 노동부 공무원이 이마트측에 유족들을 기만하는 협상전략을 조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MBC 화면캡처

앞서 2011년 7월 경기도 일산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에서 냉방 설비를 고치던 기사 4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학업의 꿈을 버리지 않고 검정고시로 서울시립대에 입학한 20대 대학생이 포함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었다.

당시 분명한 산업재해임에도 불구하고 20여일이 지나도록 발주처인 이마트와 원청업체인 ㅌ업체는 각각 책임을 떠넘기며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았다. 유족들은 대책위까지 결성, 고용노동부에 이마트와 ㅌ업체 최고 책임자를 구속수사하고 진상규명 및 중재에 나설 것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은 질질 끌다가 이마트 탄현점장이 100만원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종결됐다.

이와 관련 17일 <한겨레>가 민주통합당 노웅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나자 이마트는 즉각 ‘리스크(위기) 관리 시스템’에 돌입했다. 당시 4명은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해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확인돼 이마트에 대한 비난여론이 쇄도했었다.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을 수시로 드나들었던 이마트 본사의 강 아무개 파트장이 2011년 7월 11일 상급자에게 보낸 ‘탄현점 관련 고용노동부 동향’이란 제목의 문건을 보면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의 담당 과장이) 이마트가 유가족과 직접 협상에 나서면 안 되며, (냉동기 수리 하청업체인) ㅌ업체를 앞세워 보상하게 하고…”라고 적혀 있다.

또 “최소 3차례 정도는 (유가족과 하청업체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마지막에 도의적으로나마 장례식 비용 정도는 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했다”고 보고했다.

강 파트장의 7월 13일 보고 문건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고양지청 관계자는 “이분을 선임하면 백전백승”이라고 장담하며 이마트측에 전문노무사까지 직접 소개했다.

7월 9일 ‘탄현점 사고 보고’ 문건에는 이마트가 하청업체인 ㅌ업체에 사고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고심한 흔적도 나타났다.

문건은 “유족 협상 지연 등으로 사건 확대 시 ㅌ업체의 거래처에 대한 가압류 조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준비”를 필두로, 유족에게 “사태 책임 본질이 ㅌ업체에게 있음을 고지하여 직접 협상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경찰에는 “ㅌ업체 대표이사 구속 수사로 유족 협상 조기 타결 촉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계획을 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월 고용노동부와 경찰, 국정원 소속 공무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다. 이마트 기업문화팀이 작성한 2011년 추석 선물 배송 목록을 보면, 이마트는 고용노동부 공무원 25명을 포함해 경찰·국정원 직원 등 모두 37명에게 10만~20만원대 한우세트와 와인 등을 보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당시 이마트측이 담당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시즌이 다가온 만큼… 작년 추석에 다녀오셨던 데 다시 한번 방문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어 꾸준한 인맥 관리를 시사했다.

이에 대해 노웅래 의원은 ‘go발뉴스’에 “공무원들의 유착비리”라며 “노조 탄압한 것에 대해 관리감독을 해야 할 기관의 사람이 해당 기업의 불법 행위를 방조하고 도와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공정하게 진상조사해서 조처가 되도록 해야 된다”며 “고용노동부는 이마트의 불법 행태에 대해서 특별근로감독을 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노 의원은 “이마트 노조 전방위 사찰 문제와 함께 해당 내용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세세하게 문제를 삼을 것이고 민주당 차원에서도 진상조사가 이뤄지도록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go발뉴스’에 “직무유기다”며 “근로감독관은 이마트가 잘못한 것을 밝히고 조사해야 하는데 정반대로 했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노사 문제와 관련해 법률이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행정도 감시 감독을 제대로 작동안시키는 것이 문제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