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가 나서 유례없이 생중계까지 했던 청와대 ‘규제개혁 점검회의’가 사실상 참석자들의 질문과 답변이 사실상 미리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에 따르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는 오후 2시에 시작해 밤 9시까지 진행됐다. 민간 참석자들은 대부분 미리 써 온 원고를 읽는 것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고, 주무 장관들은 준비한 답변을 내놓았다. 예상치 못한 돌발 질문이나 찬반 격론은 없었고, 전반적인 분위기도 딱딱함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 대통령이 주재 회의가 전례 없이 장시간 공개된 것과 관련해 ‘박근혜식 극장정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취임 첫해 직접 국민과 대면하는 일이 적어 ‘불통’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 대통령이 ‘회의 생중계’라는 방식으로 ‘불통’ 비판에 응수한 것”이라며 “재미없는 주제인데도 높은 주목도와 지지율을 한껏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와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들과의 대화’,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 방문’이나 ‘라디오 연설’ 등 전직 대통령들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소통 방식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 ⓒ 국무조정실 페이스북

또 이날 회의는 그동안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박 대통령이 소통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이기도 하다. 올해 초 첫 기자회견과 이후 취임 1년 담화문 발표에 이어 이번엔 전례가 없는 방송사 ‘생중계’에 나선 것이다. 애초 17일로 예정된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전날 돌연 연기하고 대신 민간의 참여 규모를 대폭 늘려 직접 발언하게 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이런 홍보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회의에서 민간과 관료가 서로 맞서는 상황을 보여주고,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속한 문제 해결을 지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국민들이 공무원들에게 느끼는 답답함 해소하는 이른바 ‘해결사’ 이미지를 부각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네티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전봇대 뽑았다고 규제개혁이 최고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때 집권여당 대표하면서 뭐하고 이제 와서 또 규제개혁 찾고 있는지. 나 참 기가 막혀서”(@han****),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지켜보면서 지난 1월 박근혜의 기자회견이 떠올랐습니다. 준비된 질문에 준비된 답변을 읽는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혹시 이런 쪽대본이 있지는 않았을까요?”(@zar****), “국정원대선개입에 관한 끝장토론도 하자!”(@blu****)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규제개혁 장관회의 TV생중계는 박근혜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4시간짜리 광고였다. 그날 KBS9시 뉴스는 이를 톱으로 다루며 박이 얼마나 단호하고 철저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관리들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촛점을 맞추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Kim****), “박근혜 정권 홍보처 역할 자처한 KBS MBC SBS. 정권의 애완견이 되어버린 방송들! 너희들이 기자냐! 언론이냐!”(‏@tel****), “KBS, MBC, SBS 등 지상파와 종편, 유튜브, 네이버, 다음 포털 등으로 생중계.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편이라고 자랑하는건가?”(@sst****), “박근혜 방송으로 거듭나고 있는 KBS, 청와대 회의까지 생중계 하는 나라, 세계 토픽감이다”(@hop****)라며 유례없이 청와대 회의를 생중계한 공영방송에 대해 강한 비판으로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