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이 뮤지컬로 재탄생됐다. ‘태백산맥’은 지난해 순천정원박람회 기념작으로 뮤지컬화 되어 무대에 올랐다. 재연 무대는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공연됐다.

1983년부터 1989년까지 문학잡지에 연재한 소설을 전10권으로 묶은 ‘태백산맥’은 지금까지 총 800만부가 팔린 걸작이다. 소설은 여순반란사건이 종결된 직후부터 6.25전쟁, 휴전 협정 등 한국 현대사의 중대한 시기들을 다뤘다. 1994년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됐으며, 그로부터 20년 만인 2013년 뮤지컬화가 확정됐다.

뮤지컬 ‘태백산맥’은 특히 1940~50년대 벌교 읍내와 빨치산의 활동지역인 지리산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다. 극적 흐름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설 속 주요인물 중 ‘염상진’과 ‘염상구’ 형제를 초점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염상진’과 ‘염상구’ 형제는 각자의 이념과 사상 속에서 삶을 영유한다. 인텔리로 거듭난 형 ‘염상진’은 사회주의 혁명을 부르짖고, 차남이란 이유로 아버지에게 외면당한 동생 ‘염상구’는 혼란한 시대를 틈타 출세의 기회를 잡으려 발악한다.

뮤지컬은 두 가지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극중 소작인인 문서방의 ‘나라가 공산당을 만들고 지주가 빨갱이를 만든다’라는 말 속에는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이 담겨있다. 또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자는 민족의 숙원을 염상구의 ‘살아서나 빨갱이지 죽어서도 빨갱이냐’는 대사를 통해 전달했다.

역사왜곡이 난무하고 역사를 잊은 채 살아가는 우리세대들에게 ‘태백산맥’은 어쩌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통로가 되고자 했는지 모른다. 남북으로 갈라진 진 7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아직도 ‘태백산맥’은 끝나지 않았다.

조정래 작가는 “대한민국에 분단이 유지되는 한, 진보와 보수,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 민족이 소원하고 바라는 평화통일로 가려면 시대착오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의식의 성숙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요즘 젊은이들은 통일이 되어야 하는 필연성을 못 느끼고 역사를 망각하고 있다”면서 “역사에 대한 망각을 갖고 있는 시대에 이번 뮤지컬을 보고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은 책을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전쟁 시절 비운의 삶을 살다 간 두 형제의 이야기. 형제이지만 서로 다른 이념으로 서로에게 총을 겨눠야했던 분단의 아픔을 증언하는 뮤지컬 ‘태백산맥’은 조정래 원작, 위성신 연출, 장경섭 각색으로 순천시립예술단 출연으로 순천시가 제작을 맡아 공연했다.

순천 공연에 이어 서울 공연 또한 일부 회차에서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소설 ‘태백산맥’의 명맥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