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리그 구단 감독들이 지난 1일 박은선 선수(서울시청 여자축구단 소속)의 성정체성을 문제 삼아 “박은선이 계속 WK리그 경기에 나설 경우 2014년도 시즌에 출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연맹에 전달한 것과 관련, 당사자인 박은선 선수가 입을 열었다. 

박은선 선수는 5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늦은 밤이네요. 잠도 안 오고해서 지금 심정 글로 남깁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경쟁팀 감독들이 성별 의혹과 다음 시즌 출전 반대 움직임에 섭섭함을 드러내며 이는 올 시즌 자신의 부활에 대한 경쟁팀들의 견제임을 지적했다.

박은선 선수는 “한 가정에서 딸로 태어나서 28살이 됐는데 절 모르는 분들도 아니고 저한테 웃으면서 인사해 주시고 걱정해 주셨던 분들이 이렇게 저를 죽이려고 드는 게 제가 고등학교 졸업 후 실업팀에 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프다”며 “그때도 절 데려 가려고 많은 감독님들이 저에게 잘 해주시다 돌변하셨는데 지금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별 검사 문제에 대해도 “너무 머리 아프다. 성별 검사도 한두 번 받은 것도 아니고 월드컵, 올림픽 때도 받아서 경기에 출전하고 다했는데 그때도 정말 어린 나이에 기분이 많이 안 좋고 수치심을 느꼈는데 지금은 말할 수도 없다”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 박은선 선수 ⓒ KTF

박은선 선수의 소속팀인 서울시청의 서정호 감독도 6일 한 언론에 “(성별 의혹 제기는) 음모”라며 “박은선 선수가 방황을 하다 이제 운동하기 시작했는데 기량이 오르고 성적도 나니 그런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 감독은 “(타 감독들이) 농담으로 얘기했다고 하는데 농담으로 얘기했으면 농담으로 끝내야지 어떻게 연맹에다 올리냐”며 “최소한 그런 얘기가 나왔으면 당사자인 소속 감독한테 말 한마디라도 해야하는 거 아니냐. 사람 죽여놓고도 농담이라고 할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네티즌들도 박은선 선수에 대한 성별 논란을 제기한 타팀 감독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다음 아고라에는 “박은선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서명이 진행 중이다. 아고라 서명을 추진한 한 네티즌은 “외모가 여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기량이 여자축구에서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수의 퇴출을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반인권적, 집단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인 구단 감독들에게 축구협회 차원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명에 참여한 한 네티즌들도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정말 감독 퇴출 서명을 해야하는거 아닙니까.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왜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퇴출이라니요! 정말 창피한줄 아세요!”(des*****), “국제 대회에서 검증도 되었고 인간으로서 자존심을 건드리는 축구인은 없어야 합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참된 축구인이, 인간이 되도록 안목을 넓혀 생각합시다”(바**),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지는 못할 망정,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그 노력과 결실을 무시해버리려는 처사를 하다니. 같은 축구인이 맞습니까?”(정선**)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박은선 선수는 180㎝, 건장한 신체에서 나오는 특유의 파워에 바탕을 둔 뛰어난 기량으로 ‘여자 박주영’으로 불리며 만 17세이던 2003년 처음 대표팀에 발탁돼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5년 동아시아대회 등에서 활약했다.

그러던 중 2005년 대표팀 소집훈련 기간 무단 이탈해 축구협회로부터 2년 간 선수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을 비롯해 소속팀에서 이탈과 복귀를 거듭했다.

2010시즌을 끝으로 WK리그 무대를 떠났던 박은선 선수는 축구가 아닌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하다가 1년6개월이 지난 2011년 11월 소속팀에 복귀해 올 시즌 정규리그 동안 서울시청에서 19골을 기록해 득점 1위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