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과 불법 정치개입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개입 트위터 글 5만5689건을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검찰 수뇌부가 재검토를 지시해 변경 신청이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18일 특별수사팀이 공소장 변경을 법원에 신청한 다음날인 19일부터 이틀 동안 대검찰청 공안부 소속 연구관들이 5만5689건의 트위터 글이 공직선거법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에 해당하는 내용인지 등을 재검토했다.

▲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윤석렬 팀장 ⓒ KBS 뉴스영상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상부 결재 없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결재 라인에서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윤 팀장이 직무 배제된 후 이 사건은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지휘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5만여 건 중에 직접 증거는 몇 건이고 정황 증거는 몇 건이라는 식으로 재분류해 공소장 변경 내용을 다시 바꿀 수도 있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그는 이어 “특별수사팀이 확인한 내용을 이진한 2차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검토하면 된다”며 “대검 공안부 검사들에게 처음부터 재검토하라고 한 것은 내용을 손질하겠다는 나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소장 변경 취소 여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20일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 신청 취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공소장 변경 취소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불법으로 취득한 증거이기 때문에 효력을 인정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윤상현 수석부대표의 권능은 당을 넘어 청와대와 검찰에까지 이르고 있다”며 “왜 새누리당이 검찰의 공소장 변경여부에 대해 확인해 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같은날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윤 수석의 부당한 언급은 검찰에게 새누리당 입맛에 맞는 수사방향을 지시하기 위한 공개적 가이드라인 제시행위”라 규정하고 “윤석렬 팀장을 원위치 시키고, 검찰수뇌부는 수사결과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jhohmylaw)에 “검찰지휘부가 ‘댓글 수사팀’을 제쳐두고 대검 공안연구관들에게 공소장 추가한 내용을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6개월간 수사한 것을 수사내용도 모르는 자로 하여금 검열시킨다? 유신시대의 검찰로 회귀하는구나”라며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검찰이 원세훈 등에 대한 추가공소를 철회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검찰 스스로 ‘검찰 해체선언’하는 것이자, ‘권력의 시녀 선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의 조국 교수(@patriamea)도 “공소장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빼는게 채동욱, 윤석열 찍어낸 진짜 이유라고 말씀드렸죠?”라며 “(검찰이)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군요!”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