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동양증권을 통해 계열사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불완전 판매해 5만여명의 피해자들을 양산한 것과 관련해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가 감사원에 직접 감사청구서를 제출하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대한 감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14일 오전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피해 사건의 배후에는 금융감독 당국의 잘못된 정책 판단과 감독 책임 방기가 있다”며 “감사원이 대형 금융피해 사건의 재발 방지 및 금융제도의 안정을 위해 감사청구를 처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가 14일 오전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에 직접 감사청구서를 제출하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대한 감사를 촉구했다. ⓒ ‘go발뉴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공동대표는 “이번 동양 사태는 예견할 수 있었다”며 “특히 금융감독원은 4월 종합검사 당시 동양증권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기업어음 등을 판매한 것을 알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금융당국들의 정책들을 개선하지 않으면 제2의 동양사태는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상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양사태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우리나라 금융감독의 정책적 관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피감기관 봐주기 식의 감독으로 점철된 금융 감독 당국의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감사청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감사원에 제출한 감사청구서에서 “금감원은 2011∼2013년 동양증권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해 검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이번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7월 금감원의 부문감사 결과에 따라 그해 8월에 동양증권의 계열사 기업어음과 회사채 판매를 금지 내지 규제했다면 오늘날의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감사원에 ‘동양증권이 같은 계열사 기업어음·회사채를 판매하는 행위를 제재하지 않은 경위’와 ‘투자에 부적격인 B등급의 기업어음을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하도록 방치한 경위’, ‘감독 소홀 책임이 있는 금감원 관계자에게 적절한 제재를 했는지 여부’ 등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이번 동양사태를 통해서도 금융감독당국에 책임을 지우지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대형 금융피해 사건을 막지 못할 것”이라 강조하고, “금융기관의 금융상품 판매 준칙 강화와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등의 설립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