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오는 11일 남산에서 열 예정인 ‘남산 인권 숲 콘서트’에 대한 지원을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중단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시가 “행사를 불과 열흘 앞두고 지원 사업을 폐기하고 보조금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남산 인권 숲 콘서트’를 준비하는 인권재단 ‘사람’(이하 재단)이 2일 밝혔다.

서울시는 인권단체를 상대로 ‘인권보호 및 증진활동 지원사업’을 공모했고 지난 5월 인권재단 ‘사람’과 추진 약정서를 체결했다. 시는 인권 기행 프로그램과 인권 콘서트 등에 총 15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시가 ‘정치적’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콘서트 포스터 문구다. 포스터에는 ‘국정원이 납치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 실종된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시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국가폭력을 자행한 집단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 ⓒ 인권재단 '사람' 홈페이지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정치적 활동이기 때문에 보조금을 환수할 수도 있다”고 재단에 통보했으며 재단 측이 이를 거부하자 결국 지난 1일 지원 중단을 통보했다.

이에 재단은 2일 오후 긴급 성명 내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이들은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의 국가폭력을 기억하고 반성하는 것은 현재 국정원의 범죄행위를 비판하지 않고 이루어질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를 지키고 확장이라는 재단의 존립 근거에 비추어 볼 때 ‘남산 안기부 터를 인권평화의 숲으로 만들자’는 현재 국정원의 불법 행위에 대한 시민 행동을 자연스럽게 동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 비판문구가) ‘정치적 활동’이라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이유로 민간단체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을 지방정부의 기본정책으로 삼아 인권보호 및 증진활동을 돕겠다는 것과도 이율배반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단은 이번 지원 중단을 “우리 사회에 빠르게 확산되는 국정원 정치(공안 정치)의 또 다른 증거”로 규정하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서울시가 정치적 논란이 될 법한 문제를 탈색해 소나기(국정조사)를 피해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구종원 서울시 인권담당관은 “약정서에 ‘공익을 추구해야 하며, 비정치적이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콘서트 홍보 문구에 ‘국정원이 납치한 민주주의, 국정원은 범죄집단’이란 문구가 있어 수정을 요구했지만 주최 쪽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측은 서울시가 지원 철회한 1500만원을 시민 모금으로 충당해 콘서트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