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문에 대해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 법무부가 채 총장의 감찰을 지시한 것은 사퇴를 강요한 것”이라며 “감찰을 받아야 할 곳은 청와대와 법무부”라고 꼬집었다.

▲ ⓒ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공식사이트

천 전 장관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법치주의가 무너진 것”이라며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사찰을 불법적으로 한다든지, 위법적인 감찰을 한다든지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 전 장관은 채 총장 사태 ‘청와대 개입설’과 관련 “박 대통령의 ‘아바타’가 바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면서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들었다는 그는 ‘초원복집 사건’을 주도했음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 자기식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합리화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여기서 나온다”며 “검찰총장을 감찰하는 사안이라면 법무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 실장은 물론 박 대통령도 사전에 알았을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추론 된다”고 말했다.

천 전 장관은 국가정보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던 채 총장에 대한 ‘혼외 아들’ 의혹이 불거진 시점과 관련 “채 총장을 교체해 공안 사건들이 검찰에서 ‘프리패스’ 되도록 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또 채 총장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 반드시 진상규명할 문제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혼외 자식 문제가 과연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할 정도의 사안이냐에 의문이 든다”면서 “뇌물 등 범죄 혐의도 아니고 직무 관련성도 없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의혹의 당사자들이 인정하거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적으로 제기되는 것을 보면 배후에 채 총장을 흔들려 하는 음모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와 관련해서는 “황 장관의 감찰 지시 자체가 극히 무리”라고 지적했다.

천 전 장관은 “10여년 전 혼외관계라면 징계 시효도 지났고, 감찰 대상 사안인지도 불분명한데 감찰을 지시했다”며 “채 총장이 의혹을 부인하고 정정보도 청구소송과 함께 유전자 검사를 할 용의도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감찰을 지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결국 법무부가 감찰을 한다는 것은 사퇴를 강요하는 거나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