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개인 정보를 도용해 포르노 사이트 등에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의 한 회원이 11일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가운데 해당 기자가 소속된 인터넷 신문 게시판에사과문을 올리며 선처를 호소했다.

11일 <미디어오늘>은 일베 사이트에 한 회원이 <프레스바이플>의 이계덕 기자를 지목하며 그 동안 이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게재하고 일베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자는 그 동안 일베의 정치편향적인 광고 문제를 비판해왔고 지난 4일에는 개인 사비로 5·18 민주화운동과 성소수자 관련 광고를 신청했다가 운영진이 광고 제한 조치를 걸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애비’라는 아이디를 쓰는 일베 회원은 “어디라고 말은 못하겠는데 강****가 운영하는 사이트”라며 이 기자의 기사와 이메일 주소를 공개했다. 이 회원은 더 나아가 이 기자의 이메일 주소를 도용해 포르노 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해 범죄행위를 조장하는듯한 댓글까지 썼다.

일베 회원은 웹 접속 데이트 구인란에도 이 기자의 개인 정보를 도용했고, 웹에서 검색한 이 기자의 사진을 등록한 후 이 기자가 성적인 요구를 한 것 같은 게시글을 썼다. 일베 회원은 “니가 일베 **놓고 무사할 줄 알았냐”며 “이번에 이 정도로 가볍게 끊는다만 니가 같은 짓 계속 하면 다음번엔 상상도 못할 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게시물은 10일 오전에 게재돼 13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을 모아놓은 ‘베스트 저장소 게시판’으로 옮겨져 수시간 동안 노출됐다. 그 동안 일베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기자는 종종 협박성 메일을 받거나 신상 정보가 털린 내용이 일베에 게재되긴 했지만 개인정보까지 도용한 것을 외부에 공개하고 비방한 것은 처음이라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이계덕 기자는 10일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후 명예훼손성이 짙은 게시물이라며 운영진 메일로 삭제 요청을 세 차례에 걸쳐 요청했으나 운영진은 오후 5시가 넘도록 게시물 삭제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이 기자는 일베 대표이사로 등록되어 있는 이성덕씨와 운영진 아이디 ‘모니터링’, ‘고객담당’, ‘운영마스터’와 자신을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린 ‘***애비’를 고소했다. 이 기자는 “‘***애비’ 아이디 소유자가 ‘프레스바이플의 기사를 무단 전재해 저작권을 침해했고 고소인의 이메일을 강****의 이메일로 표현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또한 대표이사와 운영진에 대해서도 “기자에 대한 비방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해당 게시물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사이트는 일간 방문자수 120만, 월간 페이지뷰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0억을 차지하는 등 많은 이에게 노출되는 사이트로, 사이트 방치로 인한 명예훼손 피해는 심각하다. 이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 ⓒ'이계덕'트위터

이계덕 기자가 트위터 등에 고소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피고소인으로 추정되는 일베의 한 회원은 <프레스바이플>의 기사 제보란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이 회원은 “누군가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하니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고 맘 편히 잠을 이룰 수 없는 심정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평소 이계덕 기자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였고 일베 게시판 분위기에 휩쓸려 허락 없이 글을 올린 점 정말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제 인생에 이번 고소 건은 굉장히 버겁고 힘이 든다”며 “부디 선처와 넓은 아량을 미천한 저에게 베풀어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오늘로써 일베를 탈퇴하고 다시는 인터넷 공간에 이와 같은 배설행위를 하지 않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기자는 이같은 사과문을 캡처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이런 거 보내도 소용없다. 절대 취하할 생각 없고 형사랑 민사로 몇 년 끌더라도 다 손해배상 받아낼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이계덕 기자는 ‘go발뉴스’에 “수만명이 나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린 데다 전화번호가 공개돼 장난전화가 끊임없이 쇄도하고 있다. 오늘 운영진과 일베 회원 20명을 고소하고 왔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