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을 담당했던 국가권익위원회 김 모 부패방지국장(직무대행)이 숨지기 전 “20년 가까이 부패방지 업무를 해온 자신의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9일 MBC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권익위 관계자들은 “자부심이 컸던 고인이 최근 사건 이후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MBC와 통화에서 “‘20년 가까이 부패방지 업무를 해 온 자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이라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고인과 선후배 사이인 또 다른 권익위 관계자도 “김건희 여사 사건 조사가 한창일 때부터 조사를 종결할지를 두고 고위 인사와 자꾸 부딪힌다고 말했다”, 또 “조사 종결 이후 만났을 때는 권익위를 아예 그만두고 싶어해 말렸다”고 전했다.
고인과 연락해왔다는 한 지인은 같은 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6월 초에 김 국장과 통화했는데,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위에서) 너무 그렇게 밀어붙이면 안 된다. 그것은 저는 물론이고, 권익위 사람들의 전반적인 생각과 다르다. 그래서 양심에 걸리고 정말 송구스럽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정도로 (괴로움이) 심할 줄 알았다면 더 얘기했을 텐데 정말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 |
 |
|
| ▲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세종시 도담동 세종충남대병원 쉴낙원장례식장을 찾은 권익위 고위 간부 출신 ㄱ씨는 한겨레에 “(김 국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김 여사 명품백 사건 관련 압력 때문이라는 건 권익위 선후배들 사이에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이 친구가 원래 의협심이 강하고 정의감이 있다”며 “(죽음의 원인이) 명품백 때문이라는 것은 100%, 120% (명백하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한국투명성기구는 이날 논평에서 “사망한 공직자는 명품백 사건 처리 등을 두고 상급자와 갈등을 겪고 심각한 모멸감과 좌절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권익위원회가 독립적인 반부패 청렴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만약 보도대로 권익위의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사건) 종결 처리가 부패방지국장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라면, 이 나라의 부패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국민의 공복인 공직자가 법과 원칙, 양심과 상식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 죽음으로 항변할 수밖에 없었다면, 정의를 위해 이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디올백 사건을 종결 처리한 권익위의 모든 결정과정부터 조사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2015년 3월 김영란법 제정을 주도했던 사람으로서 이 법이 이렇게 형해화 되고 공직자의 배우자들이 앞으로 유사한 비리를 저질러도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익위의 공무원이든, 해병대 수사단의 군인이든, 공직자들이 법과 원칙, 양심과 상식에 따라 본인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나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정의가 바로 산다. 이것이 정치의 책무”라고 강조하고는 “고인의 죽음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