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지난달 27일 일본의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고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3일 니가타현 사도에 있는 사도광산의 상징적 채굴터인 아이카와쓰루시긴긴잔의 '도유노와리토(道遊の割戸)'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외교부가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일본 대표가 언급한 “모든 노동자”란 표현을 “한국인 노동자”로, 사실과 다르게 바꿔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의에서 일본 수석대표로 나선 카노 타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사도광산에서 일한 “모든 노동자”를 위한 전시물을 설치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등재 찬성을 설득했다.

한겨레는 “일본 수석대표 발언문(국회 사무처 번역본)을 보면 ‘일본은 모든 노동자가 처했던 가혹한 노동 환경을 설명하고 이들의 고난을 기억하기 위해 모든 노동자와 관련된 새로운 전시물을 이미 현장의 설명·전시 시설에 설치했다’고 돼 있다”며 “그런데 외교부가 회의 하루 전인 2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같은 내용이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했다’로 바뀌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이런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일본 대표의 발언문을 옮기며 너무 긴 표현을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한겨레는 “그러나 외교부 설명과 달리 문제의 보도자료는 일본 대표의 발언문을 ‘축약’한 것이 아니라, 발언의 주요 부분을 뽑아내 소개한 것”이라며 “단어의 의미뿐 아니라 뉘앙스까지도 중요하게 취급하는 외교가에서 상대국 대표의 발언 일부를 자의적으로 축약·변형해 보도자료에 소개했다는 것 역시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한겨레에 “이 사건은 단순 단어 왜곡을 뛰어넘어 대일 굴종외교를 감추고자 벌인 국민 기만이자 우롱”이라며 “외교부가 보도자료가 배포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수정이 됐고, 용산 대통령실과도 소통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한국노동자를 모든 노동자라고 말하면서 물타기하는 것을 한국 외교부가 그대로 묵과하는 것 자체가 한국이 일본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