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오전 6시 34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해외로 도주한 지 6년여 만이다. 이날 서울서부지검은 2018년 9월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조 전 사령관을 청사로 압송했다.

▲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 6년만인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 검찰 체포돼 이송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뉴시스 등에 따르면, 이날 취재진 앞에 선 조 전 사령관은 “계엄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기 위해서 귀국했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계엄문건 본질이 잘 규명되고, 또 국민들이 그동안 많은 의혹을 가졌는데 그런 의혹이 최소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 귀국 의사를 밝히고 즉시 돌아오지 않은 데 대해 “시간적인 이유로 늦어졌다”면서 “정상적으로 귀국했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해외 도피 이유에 대해서는 “도주가 아니라,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고 잡아뗐다.

앞서 지난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한 조 전 장관은 여권 무효화, 인터폴 적색수배 등의 조처에도 귀국하지 않다가 지난해 9월 현지 변호인을 통해 입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귀국하지 않았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작성 TF’를 구성해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문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던 촛불 집회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한 불법 계엄령 계획이 담겼다.

당시 ‘계엄령 문건’을 폭로한 군인권센터 측은 “조씨는 쿠데타를 모의한 중대 범죄 혐의가 분명함에도 수사를 피해 장장 5년을 해외로 도주해 잠적했던 지명수배자”라며 “검찰은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즉각 청구해 신병을 확보하고 계엄문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검찰은 조씨에게 충분한 내란음모죄 혐의가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기소중지처분을 내렸던 것”이라며 “당시 참고인중지 처분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수사도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임태훈 소장은 “합동수사단 수사 결과는 물론, 계엄문건 작성 실무자들에 대한 군사법원 판결 등에서도 계엄문건의 실재와 위법성이 충분히 인정된 바 있다”면서 “남은 것은 윗선에서 누가 헌정질서 파괴를 지시, 모의해 문건이 작성된 것인지 규명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