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검찰 측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고 쐐기를 박았다.

경향신문은 23일 관련 보도에서 헌재 결정의 가장 큰 의미는 “수사권이 검찰에만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데 있다”며 “다수의 헌법재판관은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보장되는 권한이 아니라고 봤다”고 짚고는 “이 법을 비판해온 검찰의 전제 논리부터 깬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겨레도 “헌재 판단의 핵심은 수사권 및 소추권이 검사의 전유물이 아니며, 헌법이 그 권한을 검사에게 독점적으로 주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한동훈 장관과 검찰 측은 헌법 제12조 3항의 ‘영장신청권’을 근거로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수사권은 검사의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며 “수사권과 소추권이 행정부 중 어느 ‘특정 국가기관’에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해석할 헌법상 근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헌재는 검사의 영장신청권에 관한 헌법 조항에 대해서도 “영장신청 단계에서 법률전문가인 검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 무분별한 영장신청을 막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이 조항으로부터 검사에게 헌법상 수사권을 부여한다는 내용까지 도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접 수사권을 행사하는 수사기관이 자신의 수사 대상에 대한 영장 신청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한겨레는 24일자 사설에서 “한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시행령을 개정해 검찰의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고 지적하고는 “헌재 결정으로 개정된 검찰청법의 효력이 유지된 만큼 입법 취지에 맞게 이를 바로잡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헌재가 기각이 아닌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을 한 장관은 유념해야 한다”며 “그가 헌재에 소송을 낸 것을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도전이자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검찰정권’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런 소송을 낼 수 있었겠냐”고 꼬집었다.

사설은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그런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검찰은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여론이 검찰정권 출범 후에도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관련해 한창민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 공동대표는 SNS에 “이제 검찰개혁 법안을 무력화하는 한동훈의 시행령 정치에 대해 민주당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할 일 태산이다. 169명이다. 바빠도 나눠서 할 일 좀 하자. 제발!”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