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낙선시키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자객 공천을 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여당 유력 당권 주자인 안 의원은 20일 ‘당대표 후보 2차 방송토론회’에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 중 문제가 많은, 실명을 거론해서 죄송하지만 정청래 의원 같은 분들, 다음 국회에 있으면 안 될 사람들이 보인다”며 “그래서 자객 공천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지난 12일 반부패·기득권 포기 등 정치 개혁과 공천 개혁 등을 골자로 하는 ‘당 혁신·대야(對野) 전략’을 발표하면서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시스템만 짜놓고 공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며 “공천 원칙과 기준, 공정성은 당원들이 직접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객 공천’ 운운하자 정청래 의원은 SNS에 “안철수 씨, 굳이 누구를 보내지 말고 자신 있으면 마포(을)로 ‘니가 와라 안철수’ 내가 상대해 주마. 다음 국회에서 님을 안 보이게 해 주마”라고 적었다.

정 의원은 거듭 “다음 22대 국회에서 안철수 씨 완전 철수하게 해드리겠다”면서 “자신 없으면 조용히 계시라”고 경고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는 쫄보께서 어쭙잖게 무슨 자객을 운운하시냐”며 “말로만 허풍떨지 말고, 마포(을)로 오실 용기가 없으면 다음부터는 아무말 대잔치 하지 말라”고 전했다. 그러고는 “안철수 씨, 아무 말 안 하면 아무 일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안철수 씨, 손가락은 안녕하십니까?”라고 덧붙였다.

▲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 중 한명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6월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백서'를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아무 말 안 하면 아무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발언을 상기시킨 것이다.

앞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안철수 의원을 향해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 수석은 지난 8일 국회에서 만난 취재진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던 안 의원이 더 이상 문제 되는 표현을 안 쓰겠다고 한다’고 하자 “우리도 (공개 경고를)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안 의원이) 하니까 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관련기사: “‘신영복 존경’ 安 과거 발언에 충격…尹, 알았다면 단일화 안 했을 것”)

안 의원은 또 지난 15일 <TV조선> 주관으로 진행된 국민의힘 3.8전당대회 TV토론회에서 김기현 의원이 “작년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자격 없다’ ‘1년만 지나면 윤석열 찍은 손가락 자르고 싶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고 지적하자 “손가락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건 왜곡”이라며 “거기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며 ‘주어가 없다’는 논리로 반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