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일자 1면 <“美 핵전력, 한미 공동으로 기획·연습하겠다”>

미국 행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동 핵 연습’ 발언에 대해 3일(현지시간) “우리는 공동 핵 연습(joint nuclear exercises)을 논의하는 게 아니다”고 재차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대해 ‘노(NO)’라고 답한 것에 대한 질문에 “난 아주 명확하게 하고 싶다. 우리는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는 게 아니다. 한국은 핵무기 비보유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모든 방어 능력을 통해 확장억지를 제공하면서 한국과의 동맹에 완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에 미국의 모든 방어 자산을 포함하는 확장 억지를 약속했다”며 “두 정상은 캄보디아 회담에서 이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일자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Joint Planning)-공동 연습(Joint Exercise)’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정보 공유와 계획, 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며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취재진으로부터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즉각 “아니다(No)”라고 답했다.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공동 핵 연습’에 대해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4일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며 “군사적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대 교수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참모가 잘못 적어줬거나 윤 대통령이 잘못 이해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 “미국의 핵에 대해 공동기획, 공동연습을 하려면 한미관계에 굉장히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우선 한미간에 핵 공동기획 그룹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토에서 운영하고 있는 핵공동기획 그룹, NPG라는 게 한미간에 합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미 간에 핵을 전담하는 핵 사용 연합군이 창설돼야 한다”며 “특별 인가를 받은 전문요원만 핵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모든 핵 보유국은 별도의 전략핵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게 가능하냐”라며 “그러면 한국군의 전투기나 잠수함이나 미사일에 미국이 핵탄두를 그냥 줄 수 있겠는가”라면서 이 부분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이같은 발언이 나온 근거로 김 교수는 “지난 9월 개최된 한미 확장억제협의회에서 미국이 Extended Deterrence 즉 확장된 억제력 제고에 연습도 하고 정보 공유도 하고 실행력을 높인다는 합의가 이미 나왔다”고 지적했다. 

또 “작년에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비슷한 공동 성명이 나왔다”며 “그러나 핵에 대한 사용권과 소유권을 우리한테 제공한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했다. 

아울러 “확장된 억제력에 대한 합의는 이미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합의된 것”이라며 “(이번 정부의 합의는)기존 합의의 동어 반복이자 약간의 개선책을 담은 내용이지 핵 사용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북핵에 대비한 모의훈련(tabletop exercise, TTX)은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바이든이 공화당으로부터 가장 공격받는 대목이 핵 현대화 계획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핵 없는 세상을 이야기해 온 사람이고 미국 정책의 핵심은 비확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핵전쟁 연습을 동맹국과 계획한다고 하면 바이든 관점에서는 명백한 핵 확산”이라며 “가치 규범상 일단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TTX도 미국이 주도하되 한국군이 참관하거나 사후 통보 정도 받는 나토식, 소극적 위치에 머무르는 것이지 기획, 계획, 연습의 모든 과정을 같이 하는 모의연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하도 졸라대니까 검토는 해보자고 하면서 사실상 핵에 관한 미국의 독점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