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에 앞서, 피의사실과 직결되는 내용들을 대거 공개한 데 대해 야당이 “피의사실 공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2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오늘 국회 본회의에 검찰 수사팀장으로 섰냐”고 지적하며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의 이유를 설명하러 올라온 한동훈 장관의 발언은 검찰 수사팀장의 수사결과 브리핑을 보는 듯했다”고 비판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이날 한 장관은 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녹음파일이 있다”고 밝히며, 노 의원의 혐의를 뒷받침할 내용들을 작심한 듯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후 노웅래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한 장관이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얘기했는데, 그렇게 차고 넘치면 왜 조사 과정에서 묻지도 제시하지도 확인하지도 않았느냐”며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갑자기 ‘녹취가 있다, 뭐가 있다’고 하는 것은 방어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개별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국회 표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구체적으로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말하는 것, 이런 정치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있느냐”고 맞받았다.

안호영 대변인은 한 장관을 향해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을 이용해 진영논리 운운하며 야당을 공격한 것은 자기 정치이며, 장관으로서의 직분을 망각한 추태”라며 “다가올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정치연설을 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같은 날 서용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YTN <뉴스나이트>에서 “(한동훈 장관이) 출마 선언하는 줄 알았다”며 “‘나는 정치인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과한 표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상 국회법상 제안자는 취지만 설명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한 장관은) 영장에 있는 부분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자극적으로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을 만큼 이야기한다. 그래서 국회가 부결을 시키면 국민들이 보시기에 ‘이렇게 자극적인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부결시켰다(고 생각할 수 있게 했다)’, 또 야당 의원이다. 그러면 국민들이 누구한테 지탄을 보낼까. 야당 의원한테 보내지 않겠나. 그런 노림수가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했을 리가 없다”고 풀이했다.

한편, 한동훈 장관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불거지자 법무부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표결의 근거자료로서 범죄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국회법 제93조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팩트체크 기사에서 “체포동의안은 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안건이기 때문에 ‘제안자’인 정부 쪽 법무부 장관이 그 ‘취지’를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과거 법무부 장관들은 ‘취지 설명’이라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대략적인 범죄 혐의를 짧고 굵게 정리해 말했다”고 짚었다.

한겨레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열리는 비공개 법정에서나 꺼낼 구속이 필요한 사유를 생중계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한 전례는 없다”며 “구속영장 청구 사유는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철저히 비공개하는 부분이어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 때도 취재가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전 정권 수사에 집중하는 서울중앙지검도 ‘영장 청구 사유에 대해 세세하게 말하는 것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있어 적절치 않다’며 일반적 상황만 간략하게 언급하는데 그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