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하 수정관실)이 ‘고발사주’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당일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19일 뉴스버스와 미디어스 보도를 종합하면, 대검 수정관실에서 대검 연구관으로 근무했던 임홍석 검사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대검 수정관실 검사·수사관들이 컴퓨터 25대의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는 동영상·사진파일이 나왔다. 이들은 25대 PC에서 하드디스크를 분리해 다른 컴퓨터에 다시 설치하는 방식으로 포맷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발사주’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정모 수사관에 대한 공수처 측의 증인 신문 과정에서 드러났다. 정 수사관은 고발사주 초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대통령실 공직기강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사관이 쓴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8월6일 수정관실에서는 대검 정보통신과에 컴퓨터 교체를 요구했고, 8월20일을 전후해 새 컴퓨터 25대를 수정관실에 제공했다. 수정관실은 이 기간 컴퓨터에 설치된 저장 장치만 떼어내고 기존에 사용하던 컴퓨터 25대를 정보통신과에 반납했다.

뉴스버스는 “고발사주 보도가 나온 9월2일 저녁 시간에 수정관실에서는 새로 교체한 지 10여 일밖에 되지 않은 컴퓨터 25대의 저장 장치를 다시 포맷한 것”이라며 “포맷을 할 때 수정관실 검사들은 컴퓨터에서 저장 장치만 분리해 다른 컴퓨터에 저장 장치를 다시 설치한 뒤 포맷한 사실도 드러났다. 포맷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관련해 정 수사관은 “(수정관실에서) 컴퓨터의 저장 장치를 분리해서 작업했는데, 굉장히 드문 케이스”라면서 “그리고 (임 검사 휴대폰) 사진에 찍혔듯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에 검사가 컴퓨터를 분리한 건 굉장히 이례적이기 때문에 수사 검사에게 말해줬다”고 증언했다.

▲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고발사주 사건’ 공익제보자인 조성은 씨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손준성 피고인(현 고검 송무부장)의 재판에서 가장 놀라운 증거사실은 [1] 손준성 밑의 임홍석 검사가 증거인멸을 위해 핸드폰 디가우징을 했었고, [2] 당시 중앙지검(지검장 이정현 당시)에서 그 임홍석 검사의 핸드폰을 포렌식하니 <심지어 안티포렌직&디가우징>한 핸드폰서 [3] 대검 수정관실서 증거인멸하는 영상·사진까지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조 씨는 “공수처에 포렌식 하러 엄청 갔지만, 어느 날 가서 보니 내 앞앞에 임홍석 검사가 포렌식 하고 갔던 것을 확인한 때가 있었다”고 떠올리고는 “대검 수정관실서 증거인멸 하려고 25대 하드 떼어내서 포맷한 열정도 대단하지만, 누구에게 보고하여 이쁨을 받을려는 건지, 그 증거인멸의 벅찬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서인지 영상으로 그거 찍어놨다는 게 젤 웃긴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