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합의한 가운데, 유가족 법률지원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국정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조사 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TF는 24일 성명을 내고 “75일에서 45일로 축소된 조사기간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9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조사 대상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중앙응급의료상황실 포함) ▲대검찰청 ▲경찰청 ▲소방청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울경찰청 ▲서울 용산경찰서 ▲서울종합방재센터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등으로, 쟁점이었던 대통령실 경호처와 법무부는 제외됐다.

당초 민주당은 조사기간을 60일로 하자는 입장이었으나, 국민의힘 의견을 반영해 45일로 줄이는 대신,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민변TF는 “최근 이루어졌던 국정조사들에 비해 합의된 기간이 매우 짧다”며 “그리고 그 기간동안 다수의 기관보고와 현장검증, 청문회 등 예정된 조사를 충분하고 내실있게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당시를 예로 들었다.

TF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90일의 조사기간 동안 청문회 한번 개최하지 못한 채 성과없이 조사를 종료했”고, “예산처리와 연계됨에 따라 예산 논의가 길어질 경우 실질적인 조사기간은 더욱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예산 논의가 길어질 경우 조사기간의 연장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조사 대상에서 대통령 경호실이 제외된 데 대해서도 “대통령 경호에 투입된 경찰 경비인력의 배치와 관련있는 대통령경호처는 참사 당시 경찰 인력의 배치 현황이 적절했는지, 경비인력이 참사 당시 이태원으로 투입될 수는 없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사대상 기관에 포함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 초기 피해자 법률지원에 있어 국가책임 상담을 신중히 하라고 하여 논란을 자초한 법무부도 조사대상이 됐어야 한다. 외국인 참사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지원 여부, 공직자 부패수사 및 경찰공무원 범죄에 대한 대응 경과 등 법무부의 참사에 대한 대응도 점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희생자들의 유가족을 포함한 참사 피해자들에게 국정조사에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는 국정조사가 되어야 한다”며 “국정조사기간 동안 유가족들이 서로 소통하고, 국정조사를 방청하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의 마련도 필수적”이라고 요구했다.

민변TF는 “158명의 사망자와 19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형참사에 대한 국정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고는 “국회는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국정조사는 헌법으로부터 조사의 권한을 부여받은 국회의 책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