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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서해성] 159가 아니다
서해성 작가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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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18  14:43:27
수정 2022.11.18  15: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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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그날 그 골목에서 159명이 죽은 게 아니다. 어떤 생명도 숫자로 셈할 수는 없다. 159는 한낱 환산된 숫자일 뿐이다. 여기에는 생명의 존엄이 깃들 자리가 없다. 158과 159와 160의 차이는 무엇인가. 엄정하고 정확한 듯 보이는 참사자 숫자는 익명이고 타자화된 표현으로 생명 저마다가 지닌 절대성을 차압한다. 고유성을 송두리째 가린다.  

세상이 알고 있는 건 여성 몇%, 20대 몇%, 외국인 몇% 따위다. 어떤 생명도 부분일 수 없다. 목숨에는 소수점도 반올림도 없다. 여기에는 그 생명이 품고 있던 어떤 흔적도 없다. 이것은 한 생명체의 기록이 아니라 잔인한 통계다. 몰인간일 뿐 아니라 비인생이다. 명징한 듯 보이는 숫자가 감추고 있는 저마다의 삶이 이제라도 양지로 나오게끔 해야 한다. 

그 골목에서 청년들은 전쟁이 나서 죽은 게 아니다. 위험한 일을 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누구나 걸어다닐 수 있는 공공 공간인 길에서 그들은 이동 중에 서서 죽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랴는 말보다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수도 서울 중심부 대로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납득할 수 없는 떼죽음을 겪은 이 공동체가 잉태하고 있는 거대한 불안과 차가운 불신을 이겨내는 길은 무엇일까. 

그 청년들은 누구인가. 또 어떻게 생겼는가. 그들은 무엇을 하면서 살았고, 어떻게 스러져갔는가. 그들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그들의 삶과 절박한 순간을 하나 하나 찾아내 이를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청년들은 비로소 생명을 가진 자로 돌아올 수 있다. 살아나거나 한다는 말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진짜 애도이고 추모다. 나아가 부활이란 다른 말이 아니다. 희생자들 넋을 얼굴도 이름도 없이 삶도 모른 채로 떠나보낸다는 게 인간사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오늘 청년들의 삶과 죽음의 얼굴을 가리고 망각을 강요하고 있는 건 대체 무엇인가. 

관제 애도를 주관한 권력은 저 참혹한 죽음의 진실과 죽음 이후까지를 틀어쥘 권한도, 자격도 없다. 국가란 생명을 지닌 주권자가 성립시키는 것이지 국가가 결코 생명의 주인일 수는 없다. 10.29 떼죽음은 국가의 불찰, 국가의 방임, 국가의 무능, 국가의 무책임, 요컨대 국가 부재로 일어난 일이라는 걸 모든 이들은 뼈저리게 깨우치고 있다. 앞으로 이 사태를 권력자 중 누구도 실질적으로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또한 예감하고 있다. 이는 또 다른 비극이다. 

비록 목숨은 다했을망정 그들을 우리 사회 기억 속에 거처하게 하는 건 산 자들의 책무다. 저 숨 막혀 죽은 청년들을 존엄을 지닌 인간으로 다시 서게 해야 한다. 그조차 할 수 없는 처지를 두고 예로부터 죽은 넋이 구천을 떠돈다고 했던 것이다. 이 두 번째 압사 상황에서 그 죽음을 해방시켜야 한다. 

   
▲ 서해성 작가

혈족을 넘어서 커다란 고통을 이 순간에도 함께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경로에 사회적 기억이 있다. 거대한 익명의 죽음에 문화예술 표현을 포함하여 시민의 이름을 부여해야 할 때다. 159는 없다. 한 목숨은 늘 우주 전체다. 고통이 있는 곳이 그 우주의 중심이다. 지금 그곳은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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