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10·29 참사’ 당시 현장 대응을 총괄했던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하자, 야당이 “윤석열 정부가 선택한 책임 돌리기 대상은 결국 참사 막으려 애썼던 소방서장이냐”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책임을 물어야 할 당사자들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일선 공무원들이 만만합니까?”라고 따져 물으며 이같이 비판했다.

임 대변인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현장에 늦게 도착하고, 재난 컨트롤타워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던 대통령, 국무총리, 주무부처 수장들”이라 짚고는 “주객이 뒤바뀐 수사에 국민들은 과연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정의인지 묻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윗선을 밝히라니 일선 공무원만 괴롭히는 특수본 수사는 성역 없는 진상규명의 길이 국정조사와 특검뿐임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참사의 책임을 일선 공무원들에게 돌리는 꼬리자르기 수사로 책임까지 잘라지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소방서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이태원 참사 활동사항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같은 날 오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소방관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해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 대표는 “원래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책임의 크기,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 도의”라고 강조, “그런데 그 책임을 일선에서 분투했던, 정말 애쓰셨던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떠넘기는 그런 일들은 벌어지지 않는 것이 좋겠다, 민주당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여러분들의 어려움이나 현장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우리 정치권에서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일이 있는지 찾아서 함께 하고 싶다”고 밝히며 거듭 “이 국가적 대참사의 엄중한 책임이 일선에서 분투했던 여러분들에게 전가되는 꼬리 자르기 방식으로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참사와 관련해 특수본이 전날 단행한 대규모 압수수색 대상에는 최성범 서장의 집무실도 포함됐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특수본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최 서장의 휴대폰과 수첩 등을 확보했다. 영장에는 압수 이유로 “소방대응 2단계 발령이 늦게 이뤄졌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해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소방 대응은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상향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그런 맥락을 깡그리 무시하고 특수본이 ‘대응 단계별로 시차가 크니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 용산소방대원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소방서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 중 이태원 참사 당시 생각에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일보는 “소방서장 입건, 헌신에 대한 모멸”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지난달 29일 밤 10시 15분 119 신고 접수 후 10시 42분 현장 구조대가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이후 약 1시간에 걸쳐 대응 수위가 1, 2, 3단계로 격상됐다. 142대의 구급차가 출동했다. 상황 전파도 소방청이 가장 부지런했다”고 썼다.

이어 “소방청 119상황실이 밤 10시 28분 서울시 재난통합상황실, 29분 용산구청 상황실, 48분 행안부 상황실, 53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보고했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먼저(밤 11시 1분) 닿았다”고 되짚고는 “경찰과 지자체, 행안부의 보고-지휘 시스템은 먹통이라 할 만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꽃다운 156명의 목숨을 생각하면 물론 아쉬움이 있다”면서 “그러나 7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것은 납득이 어렵다. 자리를 비운 것도 아니고 머리 출혈 환자를 이송하고 온 용산소방서 구급차가 종로소방서 구급차보다 늦게 도착한 것 등이 입건 이유라니 황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방관·구조대가 더 구하지 못해 형사처벌한다는 무지막지함은 그들의 헌신을 모멸하는 일”이라며 “그들에게 상처를 남길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