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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서해성] 세월호 소년이 이태원 청년에게
서해성 작가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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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02  15:36:14
수정 2022.11.02  16: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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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 바다에서 당한 떼죽음이 뭍으로 올라왔달 뿐. 교복이 평상복으로 바뀌었달 뿐. 소년 소녀들은 청년이 되어 수도 서울 복판 길에서 죽었다. 세월호 세대는 자라서 이태원 세대가 되어 쓰러졌다. 

그때는 물 속에 갇혀서 죽었고 오늘은 서서 죽었다. 어쨌든 둘 다 숨이 막혔고 어쨌든 둘 다 국가는 없었다. 배고픈 국가는 이 순간에도 그저 애도라는 젯밥만 먹고 있다. 

언젠가, 언젠가는 주어가 없었고 오늘은 주체가 없단다. 어쩌다 그때는 구명 조끼를 못 입었고 오늘은 하필이면 열린 공간인데도 산소가 없었구나. 그렇다면 그때는 교통사고였고 오늘은 거대한 자연사인 거로구나. 

그렇구나. 그때는 무능하여 구할 능력이 없었고 오늘은 비겁하게도 구하고 책임질 주체가 없구나. 어쨌든 세금 낸 게 죄이고 투표를 한 게 죄이고, 무엇보다 죽은 게 죄로구나.  

솔직히 말하자. 죽음이여, 들었는가. 주체가 없는 죽음이여, 마지막까지 이태원 청년들이 기다린 건 무엇이었는가. 마지막으로 청년들이 비명으로 외친 것은 무엇이었는가. 

아무리 구해 달라고 79번이나 애걸하고 빌어도 이 사회는 들을 청각이 없었다. 선 채로 청년들의 싱싱한 허파가 닫혀 가고 있는데, 선 채로 대낮 같은 도시가 압박질식사하고 있는데 그 청년들의 비명을 들어줄 귀가 이 나라에는 없었다. 

고막 없는 도시를 아직 서성거리고 있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비명은 묻는다. 국가란 무엇인가. 세월호 소년은 이태원 청년이 되어 묻는다. 156명이 압사하는 동안 국가는 대체 어디에 있었는가. 세월호와 이태원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비명이여, 침을 뱉어라. 세금고지서에 침을 뱉어라. 투표용지에 침을 뱉어라. 징집영장에 침을 뱉어라. 죽음이여, 침을 뱉어라. 길에 서서 죽은 죽음이여, 두 눈 똑바로 뜨고 침을 뱉어라. 산 자들의 입 안에 침을 뱉어라. 

   
▲ 서해성 작가

죽음은 세월호에서 이태원으로 고스란히 옮아왔다. 이태원의 죽음은 이제 어디로 가서 다시 죽을 것인가. 죽음이 죽음을 기르는 저 바다에서, 죽음이 죽음에게 배우는 이 골목에서 죽음은 또 어디로 떠나야 하는가. 숨막히는 죽음이여, 말해다오. 그대들의 절규와 함께 이 나라의 허파는 닫히고 말았구나. 소년에서 청년이 된 죽음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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