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난 9월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이명박 정부 당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안보실 1차장은 차관급 자리로 김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라인 ‘실세 참모’로 꼽힌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김태효 차장을 계속 쓴다면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관을 의심할 것”이라며 즉각 경질을 촉구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재연)는 27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차장에게 2심에서 내려진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취급 인가 해제 후 군사기밀 점유에 대한 처벌규정(군사기밀 보호법 제11조의2)이 시행된 후에도 군사기밀을 갖고 있었던 이상 처벌 대상이 되고 범죄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지낸 김태효 차장은 2012년 7월 퇴직하면서 군사기밀서류와 대통령기록물 문건들을 무단 유출해 사무실에 보관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2017년 11월 28일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지휘 아래 검찰은 김 차장의 성균관대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했다. 그 결과 대통령비서실에서 가지고 나온 것으로 보이는 문서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군이 작성한 ‘최근 북한 동향 첩보’ 문서, 국정원이 작성한 북한 주민생활 실태 자료, 청와대 회의 등에서 배포한 ‘대외비’, ‘3급 비밀’ 자료, 합동참모본부에서 생산한 ‘군사 2급 비밀’ 자료 등 41건이다. 

김 차장은 재판에서 고의로 기밀을 유출한 것이 아니라며 “청와대를 나오면서 싼 이삿짐에 문제의 문건들이 실수로 섞여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고의가 인정된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다만 정치관여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김 차장은 지난 5월 특별취급정보 SI 정보를 무자격 상태에서 열람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도 군사기밀 유출 범법자가 안보실의 실세로 앉아 있다”며 “윤 대통령은 당장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보안의식은 안보를 다루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인데, 국가안보실 1차장 및 NSC사무처장이라는 자가 안보의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안보실 제1차장으로 임명되고 나서는 SI 취급 인가도 받지 않고, 군에 특수정보인 SI를 무단으로 열람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방부는 ‘구두승인’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SI 취급 인가를 구두로 승인한 적은 있지도 않다”며 “김 차장은 자격없이 SI 정보를 열람하고 문제가 지적되자 부랴부랴 사후에 문서로 승인받은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자신이 기소한 사람을 국가안보실 핵심으로 등용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김 차장이 또다시 군사기밀을 유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국가 안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또 다른 인사 참사”라며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자격 미달인 범법자인 김 차장을 계속 쓴다면 국민은 윤 대통령의 안보관을 의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대구 북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암으로 의심됐던 용종이 조직검사 결과 암 덩어리로 확진된 것”라고 했다. 

이어 “김 차장은 교수 시절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개입을 당연시하는 논문을 썼고,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200여 쪽에 달하는 국가기밀 2, 3급에 해당되는 41건의 문건을 외부로 유출했다”고 행적을 짚었다. 

또 “윤 대통령의 UN총회 순방 당시 정상회담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일·한미회담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해서 국제적 망신을 사게 한 대참사의 장본인”이라고 했다. 

고 최고위원은 “최근에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한 SI 첩보를 비밀 취급 인가도 받지 않은 채 열람해서 논란이 됐다”며 “모두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최고위원은 “초기에 발견된 암은 치료할 수 있지만 안이한 생각으로 대충 넘어가면 결국 암 덩어리는 온몸으로 퍼져 모든 장기를 망가뜨린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방치하면 윤 대통령은 국가 안보 위기를 방조한 것이며,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할 대통령의 임무를 직무유기한 셈”이라며 김 차장 경질과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촉구했다.

▲ 지난 6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