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상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전격 면직되고, 그 자리에 역시 검사 출신인 김남우(53·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헤럴드 경제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시절 검찰에서 사직한 인사로,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퇴직하고 이르면 27일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상준 기조실장이 취임 약 넉 달 만이자 국정원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관련해 SBS는 “경로도 이례적으로 국정원장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실로 직접 전달됐다”면서 “대통령실은 사임 배경을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밝혔는데, 윤 대통령이 곧바로 사표를 수리한 걸 두고 공직기강과 관련된 문제로 ‘사실상 경질’했단 해석도 나왔다”고 전했다.

▲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야당은 대통령실에 조상준 기조실장의 전격적인 사임 사유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임오경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장이 모르고 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사후에 통보를 받았다니 황당하다”며 “국정원 기조실장이 국정원장을 패싱하고 자신의 사의를 대통령에게 표명했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기강해이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면 상급자를 건너뛰고 대통령에게 바로 거취 문제를 보고해도 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룰이냐”며 “국정원장이 자신의 하급직원에게도 패싱 당할 정도라면 국정원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욱이 대통령실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하지만 국감을 준비하는 총괄책임자인 국정원 기조실장이 국감 당일 전격적으로 사임한 것이 ‘개인적 사정’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조금의 숙고도 없이 바로 사표를 수리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이 중차대한 문제를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조상준 기조실장의 갑작스런 사직은 ‘검찰 출신의 일방통행에 대한 국정원 내부 반발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정원 관계자는 26일 고발뉴스TV에 “국정원은 (기소를 전제로 보는 게 아닌) 광범위하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전체를 보는) 조직”이라며 “(국정원은) 세계적 관점에서 보는데 (검찰의) 편협한 시각이 많다는 데서 오는 한계가 아니겠는가 하는 게 나름대로의 내부의 중론, 시각”이라고 전했다.

이상호 기자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한 말이 대충 맞는 거냐”고 묻자, 그는 “그런 말이 많다”고 답했다.

앞서 박지원 전 원장은 조상준 기조실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대해 SNS에 “TV속보에 저도 깜놀했다”면서 “인사문제로 원장과 충돌한다는 풍문은 들었지만 잘 모르겠다”고 적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 부서라는 게 오픈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매번 벽에 부딪히고, 그러다보니 조직내 이해충돌도 생길 수 있고, 또 그런 게 안 먹히니까 자기 이빨이 옛날에 생각했던 것보다 안 먹히니, 그런 한계를 느끼고 뭔가 이행이 안 되는 걸 느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윤석열(검찰)이 국정원 압수수색하러 왔지 않나. 조직이 방대하니까 어디가 어디고 어느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심지어 우리도 다 모른다. (그래서) 안내해주는 방 한곳에서 주는 것만 받아갔다. 그 방만 가서 뭐가 나오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