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나를 먹었다. 
스물셋 나는 빵에 배합되었다. 
새벽 6시가 나를 반죽했다. 
교반기가 뚜껑이 열린 채 돌아가고 
내 마지막 비명은 젖은 밀가루 속에 빨려 들어갔다. 
효모와 유산균 사이로 내 피는 스미었다. 
기계는 멈추지 않았다. 

피 묻은 빵을 먹지 말자고 누군가 외쳤지만 
진작부터 나는 눈물로 간을 맞춘 빵을 먹어 왔다. 
빵이 나를 먹었다. 
오래도록 규칙적으로 
빵이 나를 먹었다. 

언젠가는 
먼 언젠가는 
쇳물이 나를 먹었고, 
더 먼 먼 언젠가는 
발전소 기계가 나를, 내 친구를 먹어 치웠다. 
광명한 역사의 음지에서는 
반도체가 나를 갉아 먹었다. 
나는 어제도 죽었고 
내일에도 죽었다. 
내 죽음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일에도 죽음은 확정되어 있다. 

▲ 서해성 작가

내 목숨이 녹아들어가 반도체가 가까스로 빛날 수 있듯 
내 청춘이 분쇄되어 쇳물이 겨우 뜨거울 수 있듯 
내 피가 흘러들어가야 빵맛은 비로소 향기롭다. 
그리하여 빵이 나를 먹었다. 
빵이, 나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