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검경 등 수사당국에도 내주지 않았던 코로나19 관련 개인정보를 감사원에 넘겼다고 20일 CBS노컷뉴스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8월4일 질병청에 ‘공공기관 복무점검 관련 감사’를 위해 3561명의 공공기관 직원에 대한 감사자료를 요청했다.

당시 감사원 특별조사국5과가 요구한 자료는 해당 공직자들에 대한 ‘코로나19 확진이력 및 코로나 백신접종 이력’이다.

그 뒤 9월8일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 제1과도 ‘출연·출자 기관 경영관리실태 감사’를 목적으로 공직자 2만820명에 대한 코로나19 확진 이력을 요청했다.

이에 질병청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등을 근거로 이들 정보를 순차적으로 감사원에 제공했는데, 여기에는 대상자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코로나19 확진일과 격리 시작일, 격리 종료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컷은 “하지만 이는 범죄수사와 형 집행을 위한 경찰과 검찰의 요청에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질병청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질병청에서 감사원에 관련 자료 일체를 넘긴 것은 방역정책의 대원칙을 깨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라며 “백경란 청장은 더 이상 방역정책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국민건강보험공단,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준성 청와대 전 사회정책비서관도 이날 SNS를 통해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이제 어떻게 대처하려고 하느냐”며 “질병청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여 전 비서관은 “코로나 초기로 돌아가 생각해보라”며 “확진되면 낙인 찍히고 죄인이 된 것처럼 생각하던 때이다. 그래서 검사에도 소극적이었고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 역학조사가 매우 어려웠다”고 되짚었다.

이어 “그런데 앞으로는 방역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자신의 민감한 정보를 지켜주지 않는 방역당국의 말을 어느 국민이 신뢰하고 따르겠나. 더더구나 민감한 감염병이 확산될 경우에는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방역정책의 대원칙을 방역당국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며 “어떻게 쌓은 신뢰인데 정부가 바뀌자마자 이렇게 무너지는지 답답한 마음”이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