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KTV 화면 캡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일제고사 부활’ 논란과 관련 14일 “이제 교육정책마저도 MB 정부의 일제고사를 닮아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구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 정부 들어서 간판으로 내건 경제정책이 감세정책이었는데 이제 교육정책마저도 MB 정부의 일제고사를 닮아가려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11일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면서 기초학력과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해, 일제고사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준구 교수는 “‘감세정책’이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의 대명사이듯, ‘일제고사’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의 대명사”라며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No Child Left Behind(NCLB)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MB 정부가 이를 그대로 따라 하려다가 여러 가지 부작용이 터져 나오자 포기하고 만 사례도 있었다”고 되짚었다. 

NCLB법은 2001년 부시 행정부 시절 제정된 법으로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했고, 그 결과 교육의 질에는 이렇다 할 개선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일제고사를 실시하자 “소위 ‘시험맞춤 교육’(teaching to the test)이 광범하게 확산되기 시작했”다며 “시험성적이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도 썼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정학생에게 3주 정학처분을 내리는 것 같은 일들이 자주 관찰”됐고 “시험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답을 암시해 주거나 아예 가르쳐 주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부정사례를 열거했다. 

‘괴짜 경제학’(Freakonomics)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레빗(S. Levitt)이 시카고 지역 학교들을 연구한 결과 “마치 조작의 백화점을 연상케 할 만큼 다양”한 수법이 나왔다고 한다. 

심지어 급식 메뉴에까지 손을 댔는데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단기적인 인식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에 착안해 어떤 학교는 시험 즈음에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제공했다고 한다. 

▲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인 2월 25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청소년단체 '무한경쟁교육,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모임 세이노(Say-no)'가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의 일제고사 부활 및 무한경쟁교육을 비판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잠시 일제고사가 실시되던 시기 비슷한 일이 많이 벌어져다’며 “어떤 퇴직교사의 증언에 따르면, 학년 부장 교사가 (성적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 학생을 시험 당일에 결석하도록 유도하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 교수는 “교육행정 당국이 부정을 저지르는 사례까지 있었다”며 “한 교육지원청이 관할구역 내 한 초등학교 6학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0%라는 조작된 통계수치를 발표했다가 발각”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에서 ‘MB2 정부’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 그리 영광스런 일이 아닐 것”이라며 “MB 정부 자체가 결코 성공한 정부도 아닌데다가, 스스로의 독자 프로그램 없이 다른 정부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껴온다는 말을 듣는 게 기분 좋은 일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출발점에서부터 다른 정부 따라하기나 한다는 말을 듣는 진부한 정부의 지지도가 20%대를 맴도는 것은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일 아닌가”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