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사진제공=뉴시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대만과 중국 충돌시 한국과 일본도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스퍼 전 장관은 1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한국군도 미군을 지원해 군사개입을 하게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미국이 개입하는 경우에 일본과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하지 않는 상황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수행 지원이 됐든 무역과 경제 교역 중단이 됐든 대만 유사시 역내 국가들은 분쟁에 말려들어 가고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며 “그런 충돌은 두 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또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악화시키고 이웃을 강압하려는 공산주의 국가를 상대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타협하려 한다면 옳은 가치를 지킬 수 없다. 중국을 경제적 파트너, 미국을 안보 파트너로 정하는 것은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정부 때인 2019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5월 발간한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지시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F-35 전투기 한반도 배치’와 ‘한국의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가입’을 재차 거론하고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민감한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는 기본적인 능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면서 “세 나라가 신속하고 빈틈없이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는 능력은 우리의 집단 안보에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태평세월이 아니다. 전쟁의 문턱에 끌려와 있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김민웅 전 교수는 13일 SNS을 통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은 나토회의를 통해 한국에게 반(反)러시아, 반(反)중국의 기조를 기본으로 해서 한-미-일 군사동맹화로 몰아가는 움직임을 공식화했다”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결과를 짚었다. 

이어 에스퍼 전 장관의 발언을 지적한 뒤 “우리에게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동시에 들이닥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고 비유해 경고했다. 

김 전 교수는 “그때와 달리, 미국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 러시아와 맞서는 형국”이라며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자동적으로 끌려 들어가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패권전쟁의 돌격대, 총알받이’가 되라는 것”이라며 “대응에 실패하면 망국”이라고 심각성을 주장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주한 일본대사관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조문록에 “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고 아베 전 총리님”이라고 적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후 남긴 방명록.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이를 지적하며 김 전 교수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베 전 총리는)전쟁국가를 만들기 위해 광분했던 자인데”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전쟁의 문턱에 끌려와 있는 상태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김어준 씨는 “윤석열 정부는 마크 에스퍼의 생각에 동의하는가 묻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어준 씨는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런 발상이 이번 나토 회의에서 한미일 협력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한미일 군사동맹인 그 실체 아닌가”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씨는 “미국이 원하는 바가 뭔지를 전직 국방장관이 굉장히 노골적으로 말한 것”이라며 “중국을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 압박하는데 한국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말이 군사개입이지 전쟁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것을 미국이 왜 결정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씨는 “일본은 센카구 열도 영토분쟁이 있어 분쟁이 발생하면 자국 이익이 바로 걸려 있지만 우리는 군사개입하면 중국과 바로 적국”이라고 일본과 다른 상황인 점을 짚었다. 

또 나토 정상회의 결과와 관련 김 씨는 “별 생각 없이 한미일 동맹을 얘기하지만 성격은 군사동맹”이라며 “그냥 한미일이 손잡고 잘 먹고 잘 살자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향해 “미국 전 국방장관이 이런 발언을 했는데 우리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그리로 가는 것이 맞는지 당장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