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당시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다.

박 전 원장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첩보, SI 문서는 국정원이 생산하지 않고 공유할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첩보 보고서와 관련해) 문건으로 본 적도 없고, 또 봤다고 하더라도 (삭제를) 지시할 바보 국정원장 박지원도 아니다. 개혁된 국정원의 직원들은 원장이 부당한 지시를 하면 듣지 않는다. 그런 국정원 직원도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제가 삭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은 (삭제 기록이) 메인 서버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박 전 원장은 거듭 “내가 (삭제를) 지시했다 하면 지시한 날도 들어가고 삭제된 것도 남는다”며 “국정원은 PC를 사용하면 바로 서버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11월23일 당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지원 국정원장.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국가정보원은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첩보 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로 박지원 전 원장을 고발했다. 관련해 박 전 원장은 “현재 개혁된 국정원에서는 또 우리 직원들은 이런 짓 안한다. 과거 직원들이 다시 돌아왔다더라. 자기들이 (과거) 하던 짓을 지금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바보짓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첩보 보고서는) 우리가 생산한 문건도 아니고 내가 지시한다고 해서 들을 직원들도 아니고, 또 삭제를 했다고 해도 국정원의 메인서버에도 (삭제 기록이) 남는다”고 재차 짚고는 특히 “생산처에 (원자료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이 박지원 전 원장을 고발하는 과정에서 군사정보통합체계(MIMS‧밈스) 관리 권한을 착각한 정황이 드러났다. 군사정보통합체계 관리 권한은 합참 등 군에 있는데 마치 박 전 원장이 삭제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착각한 가운데 고발했다는 것이다.

▲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 단장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4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 윤건영 위원. <사진제공=뉴시스>

뉴시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TF 위원장인 김병주 의원은 이날 국방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에서 밈스 관련해서 고소 고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것은 국정원에서는 삭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밈스의 정보를 탑재한 합참에서만 삭제가 되고 그 첩보와 정보에 대해서는 국정원에서는 삭제가 기술적으로 되지 않는다. 국정원에 나가 있는 밈스도 국방부에서 운영한 밈스 체계”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군사정보통합체계에 담긴 정보가 삭제됐다는 보도에 대해 “군사정보통합체계에 탑재된 민감한 정보가 직접적인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박지원 전 원장을 고발하는 과정 등에서 기밀문서가 유통‧관리되는 방식이 노출됐다.

김병주 의원은 “밈스(MIMS)는 특별정보(SI) 2급 체계”라며 “여기서 ‘문서가 삭제됐다, 안 됐다’는 얘기가 (군) 밖으로 유출된 것 자체를 광범위한 보안사고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국방부와 군은 국정원에 의해 기밀문서 운영 체계가 공개된 것 자체가 중대한 보안 사고라며 이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한편,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이 무단 삭제한 것은 밈스가 아닌 첩보 관련 보고서라며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또 “국가정보원의 자체 조사 및 고발 과정에서 국가 기밀을 유출하거나 기밀문서가 유통‧관리되는 방식이 노출된 사실이 없다”며 “향후 수사 과정에서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