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SBS 화면 캡처>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우회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1일 “미국의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제성훈 교수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미국의 압력이 셌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서유럽 국가와 같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제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BS는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을 대거 보낸 캐나다에 우리 군이 보유 중인 비축분 10만 발을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군 비축분 10만 발을 포탄 제조업체 풍산에 주면 풍산은 캐나다에 수출하고, 10만 발을 새로 만들어 우리 군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정상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캐나다에 수출하고 가격 인하분을 우리 정부가 부담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라고 SBS는 전했다. 

이에 대해 제 교수는 “타이밍이 매우 안 좋다”며 “미국도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요구하는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제공을 거부했다”고 국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독일, 프랑스 정상들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며 빨리 휴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며 “이탈리아도 유엔에 우크라이나 해결 방안을 제안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곡물 가격 급등 등 “경제가 지금 매우 좋지 않다”며 “반면 러시아는 루블 가치가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경제 상황도 짚었다. 

제 교수는 “러시아가 생각보다 잘 버티는 것으로 보이고 주식시장도 좀 안정됐다”며 “돈바스 장악도 마무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네덜란드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힘으로 우리가 우리 영토 전부를 수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돈바스를 완전 수복할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4, 25% 정도 장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리적으로 수복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프랑스‧독일은 휴전협상을 촉구하고 있다’며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도 다보스포럼에서 더 이상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두달 내에 협상을 시작해야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제 교수는 “미국은 이 전쟁을 막지도 못했고 적극 도와주지도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원 압박은 “진짜 포탄이 필요해서 그랬겠나, 우리를 연루시키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해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15개 시민사회단체는 전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회적 무기 지원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한국 정부가 우회적인 무기 지원 검토를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지킬 것으로 촉구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즉각적인 휴전과 평화 협상을 위한 중재보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힘써왔다”며 “(그 결과)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피해만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무기를 지원하고 진영 대결을 격화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전투 중단과 휴전,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무기 지원 검토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