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찰개혁 중재안을 수용했다. 

22일 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를 통해 8개 안으로 구성된 ‘검찰 정상화’ 법안 중재안을 양당에 전달했다. 

중재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고, 검찰 수사 범위였던 6대 범죄 중 공직자 범죄와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를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머지 ‘부패’, ‘경제’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 권한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설치되면 폐지된다. 

중재안은 중수청(한국형 FBI) 등을 논의하는 사법개혁특위 구성을 제안하며 “중수청은 특위 구성 후 6개월 내 입법 조치를 완성하고 입법 조치 후 1년 이내에 발족한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 특수부서 감축에 특수부 검사 인원 제한, 경찰 송치사건 등의 별건 수사 제한 등도 중재안에 담겼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총 후 “국회의장께서 중재안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수용키로 결정했다”며 “중재안의 부족한 것들은 향후 보완키로 최종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3~4차례 회동을 통해 합의한 안”이라며 수용 방침을 밝혔다. 

박 의장이 법안 처리 시한을 4월 안으로 못 박음에 따라, 양당은 4월 중 ‘검찰 정상화’ 법안을 합의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오수 검찰총장이 21일 국회 의장실에서 박병석 의장을 예방해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정상화' 입법 관련한 면담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정치권이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총장은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대검도 “중재안은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단호히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대검은 “중재안 역시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에도 국회 특위 등에서 유관기관이 모여 제대로 논의 한 번 하지 못한 채 목표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는 마지막까지 법안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알리고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조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중재안 수용에 반발해 이날 오후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무슨 희대의 죄악인냥 흑색선전해온 자들이 틀렸음이 국회에서 확인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사권 ‘조정’이라는 1차 검찰개혁에 이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정상화를 향해 몇 걸음 더 나갔다”면서, “최종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 정도의 2차 개혁도 민주당 안팎에서 ‘강경파’라고 비난받던 민주당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눈물겨운 분투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조 전 장관은 “이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의 시기가 엄수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검찰과 국힘의 지연 작전이 예상된다. 검찰은 한시적으로 보유하는 부패, 경제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최대치로 행사하여 여론을 친검찰로 만들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같은 날 SNS에 “중재안 합의가 아쉽기는 하지만 과락은 아니”라고 적고는 “아쉬운 것은 부패, 경제 범죄를 남겨둔 점”이라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많이 안타깝다”고 썼다. 

이어 그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수청과 함께 검찰의 남은 두 가지 직접 수사도 폐지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법률안 심사권이 있는 사법개혁특위에서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부패, 경제 범죄 수사권 폐지를 법안에 확실히 못 박고, 중수청(한국형 FBI) 설치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래야지 사법개혁특위가 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