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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 오데사 항구로 빠쬼킨을 타고 갔다.
오데사 항구였는지 오데사 기차역이었는지 가물가물하기는 하다. 어쨌든 빠쬼킨이었다. 전함 빠쬼킨 말이다.
긴 해변 계단에서는 여전히 유모차가 구르고 있었다. 나도 유모차에 누워 있는 그 아이 얼굴을 잠시 들여다본 듯하다.
희망이 아직 우리 사령관이었을 때!
혁명이 여전히 우리 암호였을 때!
한겨울에도 민주주의의 두개골에서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가슴이, 배고픈 수병들 분노처럼 뛰던 그해 봄에 말이다. 오데사 역으로 뺘쬼킨을 타고 갔다. 전함 빠쬼킨 말이다.
다들 유모차를 보러 해변 계단으로 향했다.
여인들은 구두를 벗고 걸었고 사내들은 꽃을 던졌다. 그 반대였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책 속에 진달래 한 송이를 넣고 불 태웠다. 그 광경을 보고 눈물 짓는 이도 여럿이었다.
검은 호수 흑해는 뻔뻔하게 푸르렀다. 심장에는 화약이 들어 있었고.
전함 빠쬼킨은 언젠가 한국해협으로 오려다가 지중해 께에서 돌아갔다. 걸쭉한 보로시 스프 한 접시를 핥아먹고.
죽음이 아직 우리 의로움이었을 때!
돈 강과 드네프르 강과,
오데사와 또 해변 계단이 여전히 우리 연인이었을 때!
캄캄한 오데사로 떠났다. 기차역이었는지 항구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정 러시아 수병이 쏜 총에 맞은 어머니 손을 떠난 유모차는 계단을 털털거리면서 혼자 굴러가고 있었다. 그 유모차 말이다.
오데사가 오데사에 있었으므로 역이었는지 항구였는지는 솔직히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스만 투르크에게서 오데사를 얻어낸 빠쬼킨 장군이 에카테리나의 연인이었다는 건 굳이 알 필요도 없다. 칸칸이 높은 해변 계단이면 충분하다. 충분하다.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다시 총소리가 들리고
유모차는 아직 다 지나가지 않았다. 아직 해변 계단을 다 내려가지 않았다. 지금 굴러가고 있는 저 유모차 말이다. 아기는 오늘도 새로 태어나고 있으니까.
따뜻한 보로시 스프 한 접시를 떠먹고 싶거든 먼저,
오데사 해변에 서 있는 저 계단 숫자를 촘촘히 헤어려봐야 한다. 아직
유모차는 다 내려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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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전함 빠쬼킨 Броненосец Потёмкин>(1925) 의 한 장면. |
* 빠쬼킨 Prince Grigory Aleksandrovich Potemkin(1739-91)(포템킨)은 에카테리나Catherine Ⅱ시대 러시아-오스만 터키 전쟁 사령관으로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그는 에카테리나 2세 연인이기도 했다. 흔히 오데사의 창립자라고들 한다. 에카테리나가 일대를 방문했을 때 뺘쫌킨은 드네프르 강 연안에 이동마을을 세웠다. 자기 부하들은 농부가 되어 연출에 응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는 실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러한 겉치레 공간을 ‘포템킨 빌리지 Potemkin village’로 부르고 있다. 멀지 않은 헤르손 대성당에 빠쬼킨의 무덤이 있다. 제정 러시아는 전함에 그를 기려 이름을 붙였다.
에이젠슈쩨인Sergei Eisenstein이 연출한 영화 <전함 빠쬼킨 Броненосец Потёмкин>(1925) 무대가 오데사다. 오데사 계단에서 수병들이 총을 쏠 때 유모차가 굴러내려가는 대목은 몽타주montage 기법로 편집한 영화사에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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