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 경제에서 그대로 재현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준교 교수는 31일 홈페이지에 올린 ‘또 다시 부통산 투기의 꽃길을 깔아주려 하는가?’란 제목의 글에서 “일본의 거품붕괴 직전의 비율이 5.4였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5 정도의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주택 가격은 이미 거품이 터지기 직전의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며 “GDP 대비 부동산 가치는 국제수준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고, 이는 거품 붕괴의 위험이 임박해 있다는 뜻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일본 상황과 비교하며 이 교수는 “투기를 부추겨 조금이라도 부동산 가격을 높이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 경제에서 그대로 재현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특히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거품 붕괴의 충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면서 “이미 2020년에 IMF가 우리에게 경고 시그널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출처=YTN '뉴스가 있는 저녁' 방송 영상 캡처>

역대 정권의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해 이 교수는 “MB-박근혜 정부시절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던 것은 정책의 효과가 결코 아니고 오직 부동산 경기 침체의 덕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 주택가격의 대폭락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폭제가 됐고, 그 즈음 다른 나라에서도 주택가격의 폭락이 이어졌다”며 “우리나라도 그 덕분으로 주택가격의 안정세가 계속되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MB-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투기억제를 위해 도입된 장치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며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기 위해 부지런히 부채질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가 깔아놓은 투기의 지뢰밭이 갖는 위험성을 간파”하지 못했다며 “후기에 들어서야 허둥지둥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대폭 축소하는 등의 대처에 나섰지만 이미 활활 타오른 투기의 불길은 백약이 무효인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고 했다. 

또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폭 풀려난 유동성이었다”면서 “넘쳐나는 돈이 모두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중반의 부동산시장에서 불붙은 투기의 불길이 바로 그 정도의 엄청난 화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며 “그러니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 교수는 “핵심으로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고 이와 관련해 민간임대등록 활성화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MB-박근혜 정부 시절로 되돌리겠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사회 곳곳에 부동산 투기의 불씨가 살아남아 있는데 “새 정부가 다시 투기의 꽃길을 깔아주는 낌새가 보이면 거대한 산불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서민들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들 뿐 아니라 거품 붕괴 직전의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브레이크 없는 인수위의 행보를 보면 그런 불행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인수위는 30일 주택시장 기능 회복을 위해 주택 임대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민간임대 사업자 등록제 △민간임대 주택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간임대 사업자 등록제를 재도입하는 방안이 단기간에 실행 가능하다면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 등을 사실상 완화하는 조치로 작용할 것”이라며 “종부세와 양도세를 직접 수정하기 전에도 시장효과 유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은 방안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31일 브리핑에서 “다주택자 중과세율 배제는 과도한 세 부담 완화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로 (윤석열 당선자가)이미 약속드린 공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최 간사는 “현 정부에서 4월 중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을 발표하고, 다음날 양도분부터 적용되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자가 경제분과 업무보고를 받은 뒤 “국민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추고, 과도한 세금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자는 “LTV (완화) 등으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숨통을 틔워 주어야 한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