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문서 파기 금지 공문 발송에 대해 31일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공직자의 사기를 꺾고, 자존감을 훼손하는 일이며 함께 일하는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 전형적인 점령군의 태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수위는 29일 정부 기관에 업무 협조 공문을 통해 “정부에서 생산한 전자·종이 문서와 보고서 등을 무단 파기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또 공무원 업무용 컴퓨터나 하드 교체, 정책 관련 방침 자료 삭제도 못하도록 했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공문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회동 다음 날인 29일 오후 발송됐으며 청와대는 발송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수위 관계자는 “발송대상에는 정부의 부·처·청만 포함됐다”며 “청와대에는 해당 문서를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건영 의원은 “마치 현재 공직자들이 정권교체 시기에 임의로 문서를 삭제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며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윤 의원은 “각 부처가 정책 수립 집행 등을 위해 작성하고, 최소 차관 이상 보고된 공식적인 문서는 어차피 정부 시스템 안에 다 남아 있다”면서 “한마디로 폐기 불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급으로 많은 자료를 다음 정권을 위해 이양했다”며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그러한 자료를 정치에 악용했다”고 떠올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NLL 대화록 왜곡 누출 사건”이라고 꼽은 뒤 윤 의원은 이번 공문에 대해 “이명박 정권과 너무 흡사하다, 그 시절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인수위가 다음 정부의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민생을 돌볼 계획을 짜기에도 바쁠텐데, 현 정부의 문서에 집착을 보이는 것이 비정상적이어서 하는 말”이라며 “걱정하지 말라, 차고 넘칠 정도의 자료가 남겨져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공직자들을 길들이기 위한 ‘공포 정치’ 용이라면 하수 중의 하수”라고 지적하며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라, 임기가 끝나가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보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라고 특정한 게 아니라 그간 정부에서 생산한 모든 자료를 대상으로 파기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활한 인수 업무를 위해 인수위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