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자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기 위해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이 제왕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역대로 풍수지리를 하는 사람들이 청와대 터가 좋니, 안 좋니 하는 논쟁은 오래 됐다”며 “이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저렇게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광화문으로 가려고 하다가 안됐으면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서 차분하게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셔야지 갑자기 국방부한테 방 빼라고 하면서 거기 점령하듯이 들어가는 것은 대통령 당선자가 할 계획도 아니고 방법도 아니라고 본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우 의원은 특히 “시작을 왜 이렇게 하시는지 모르겠다”며 “차분하게 인수위 안에 대통령 집무실 관련 TF를 꾸리고 거기에서 여러 가지를 상의를 해야지 본인이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불가역적인 결정인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저게 뭐냐 하면, 제왕적 대통령제가 청와대의 공간 때문에 생겼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개선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전날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윤 당선자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집무실 이전 추진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을 국민들께 직접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선거 과정에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여론이 안 좋으면 철회할 계획도 있나”라는 질문에는 “이 부분을 지금 무슨 여론조사에 따라서 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정부를 담당할 사람의 철학과 결단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집무실 이전 비용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상호 의원은 <뉴스공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과 만남은 하지 않고 일방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기정사실화를 해서 발표하는 건 현 대통령과 현 국방부 장관을 압박하는 건데, 대통령 당선자가 저런 식으로 시작해도 되는 거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한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도 “문재인 대통령 입장을 아주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될 수 있는 방법은 대통령이 승인을 해주는 건데 그러면 절차상 하자는 중간에 많이 있었지만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정리가 되는 건데 문제는 그렇게 되면 법적으로는 이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 걸로 된다”고 짚었다.

하 변호사는 “법적인 권한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각종 예산이든 행정이든 이 문제가 잘못됐을 때의 책임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는 것”이라며 “실제로는 당선자와 인수위원회가 모든 걸 다 주도하고 자기들이 다 발표까지 해놓고 (법적인) 책임은 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떠넘기겠다, 그렇게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 날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국방위 간사)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청사 이전이 리모델링부터해서) 5월9일 자정까지 실무적으로 모든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협조해주실 것으로 저는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