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안부는 반쯤 부고처럼 당도했다. 
송년모임 소식은 오다가 끊겼다. 
절교하듯. 

봄은 얼굴을 가리고 왔다. 
새 이파리 돋은 가로수 사이에 사람들은 점점이 흩어져 퇴근 버스를 기다렸다. 모두 다 불안을 보균한 채. 

여름마저 문을 닫고 숨어버렸다. 
학교도 대폿집도 카페도, 또 옛 친구네 집도 한여름 내내 빗장을 풀지 못했다. 
역병은 서로가 서로에게 역병인 게 가장 큰 비극이다. 

가을 행인들은 침묵으로 살았다. 
단풍 기별은 없었다. 역병이 인파 사이에서 울긋불긋 행락을 즐겼다. 

겨울 내내 이별없는 이별이 새로운 이별을 면회하고 있었다. 
아무도 얼굴이 없었다. 
싱싱한 공포만이 마스크도 쓰질 않고 겨울 바람을 타고 광장을 오래도록 질주해갔다.

서해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