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개비 싸락 싸락 내리는 그 고갯길 
어제 오늘 내일은 
우금티 전투가 한참인 때
갑오년 그날인 양
선생은 그 소식이 궁금해서 가신 게다. 

어쩌면 선생은 먼저 암태로도 갈 터이다. 
은내골일지도 모른다. 
선생이 내려가면 
거기서는 필시 당제가 열릴 게다. 
이 세밑에 떠나도 거기는 오월일 터이다. 
선생은 틀림없이 느티나무 밑을 지나가다 녹두장군과 마주칠 게다. 
소고기 닷근쯤 드시고 
키 작은 도깨비 몇 데리고 
쌓인 겨울 벌판을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눈 툭툭 털고 
방금 기차에서 내린 듯 
백년 징역살이를 끝낸 듯 조우하고 있을 게다. 
저 오월 사람들을. 
저승에도 교육지표를 세우고 
녹두꽃 떨군 사람들을 우금티까지 데리고 가서 
들려주실 게다. 
일러주실 게다. 
팔도가 다 당신 발자국 눈물 적신 자리. 
팔도가 고개마다 우금티인 세상 여행 끝내고 
다시 우금티로 가시는 게다. 

어디선가 진눈개비 싸락 싸락 내리는 소리. 
오늘은 
우금티 전투가 한참인 날 
바로 그날 
정녕 선생은 우금티로 전봉준을 만나러 가신 게다. 
소 같은 눈 꿈먹거리면서 
그 소식마저 이승에 전해주러 가신 게다. 
후어 후어. 

▲ 유신 체제 교육 이데올로기에 맞서 학자적 양심을 지킨 송기숙 전남대 명예교수(소설가)가 지난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