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을 작성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광주를 찾아 사과를 하면서 남긴 방명록이 여러 해석을 낳으면서 진정성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 후보는 10일 오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사진 논란에 대해 광주시민에게 사과했다. 윤 후보는 추모탑까지 가지 못하고 입구 참배광장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하고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낭독했다. 

윤 후보는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썼는데 ‘반듯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앞서 ‘지평선’의 오기처럼 ‘반드시(꼭)’를 잘못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반듯이’는 ‘비뚤거나 기울어지지 않고 바르게’란 뜻으로 ‘책이 반듯이 놓여 있다’란 예문을 들 수 있다. 반면 ‘반드시’는 ‘꼭, 틀림없이’란 뜻으로 예를 들어 ‘반드시 합격한다’라고 할 때 쓰인다. 

이에 대해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는 SNS에서 “‘반듯이’가 아니고 ‘반드시’가 맞는 게 아닐까요?”라며 “보통 국내 교양인이 갖고 있는 상식마저도 결여한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은 11일 “아무리 무식하다 해도 숱하게 법률 문서를 읽고 작성했던 사람”이라며 “반드시를 반듯이로 잘못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개 사과 사진처럼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지난 9월 18일 소상공인·자영업자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당시에는 ‘반드시’라고 바르게 썼다. 그는 방명록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자영업 구제 정책 반드시 실현하기 위해 정권 교체 해내겠습니다”라고 남겼다. 

▲ <이미지 출처=더팩트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지난 6월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 방문 당시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어 오기 논란이 일었다. 

김주대 시인은 “윤석열은 오기하지 않았다”며 “뒷말 “세우겠습니다”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오기가 아니고 본래 윤석열 자신의 의도대로 제대로 쓴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시인은 “그러니까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는 말은 지금까지 오월 정신은 비뚤어졌다, 잘못되었다, 광주 빨갱이들에 의해, 좌익들에 의해, 오월 정신이 엉터리로 계승되다는 극우적 사고를 드러낸 말”이라고 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 11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방명록에 작성한 글(오른쪽). <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뉴시스>

송요훈 MBC 기자는 “윤석열 후보는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실언으로 1차 분노를 촉발하였고, 사과를 했는데 ‘개 사과’를 하여 2차 분노를 유발했고, 그걸 사과한다고 광주에 간 것인데, ‘5월 정신을 반드시 지키겠다’가 아니라 ‘5월 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고 방명록에 썼다”고 되짚었다. 

송 기자는 “맞춤법이 틀린 것인데 과잉 대응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윤석열 후보가 광주에 간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사과의 진정성은 또 의심 받기에 충분한다”고 그간 행보를 짚었다. 

이어 송 기자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말을 해주는 이가 (주변에)단 한 명도 없었나”라며 “그게 진짜 문제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윤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5.18 정신이 헌법에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5.18 왜곡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윤 후보는 “물론 거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표현의 자유 문제도 나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5.18 정신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기 때문에 그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허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5.18 정신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역사에 대한 어떤 평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그러나 그 본질을 허위 사실과 날조로써 왜곡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윤석열 후보측은 “방명록에 ‘반듯하게’ 잘 쓴 글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바로 오월정신을 ‘비뚤어지게’ 왜곡하는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김근식 캠프 비전전략실장은 페이스북에서 “오월정신을 계승하고 앞으로도 반듯하게 세워나가겠다는 의미가 저들에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김 실장은 “오월정신을 ‘반드시 지키겠다’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야말로, 5.18을 특정진영 특정정당 특정단체만의 독점물로 편협하게 고집하겠다는 자기고백일 뿐”이라며 “오월정신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것만 고집하지 말고 오월정신을 더 넓게 ‘더 반듯하게’ 세워나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