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공수처에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7일 “공수처는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며 맹비난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정권의 충견 노릇만 하는 공수처”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6일 오후 10시26분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세창 부장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심문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고발사주 의혹’ 사건은 지난해 총선 직전 손준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 검사 출신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범여권 인사 및 언론인 등 13명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김웅 의원이 제보자 조성은(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씨에게 “(고발장) 초안을 아마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 등의 발언을 하는 통화 녹취파일도 공개됐다. 고발장에는 명예훼손 피해자로 윤석열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윤 전 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적시돼 있다. 

▲ <이미지 출처=MBC 보도영상 캡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윤 전 총장은 “야당 경선 시점을 노려 체포영장을 건너뛰고 청구한 구속영장”이라며 “사법부가 공수처의 ‘속 보이는 정치공작’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국정원장과 조성은이 ‘윤석열을 칠 시점’을 정해 제보하고, MBC는 공수처의 내부자료를 몰래 건네받아서 왜곡 보도를 하고, 공수처는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오로지 야당 경선 일정에 맞춰 수사하고, 이런 눈에 훤히 보이는 수작을 벌이고 있다”고 규정했다. 

윤 전 총장은 “게다가 공수처인지 공작처인지 하는 수사기관은 손준성 검사가 출석을 약속하는데도,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며 공수처를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고, 정치공작”이라며 “김웅 의원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손 검사에 대한 영장부터 청구하는 게 과연 정상적 수사인가”라고 김웅 의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은 “공수처인가, 공작처인가?”라며 “오죽하면 대한변협조차 ‘공수처의 수사권 남용’을 규탄하겠는가”라고 전날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논평을 지적했다. 

변협은 26일 손 검사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최고 수사기관 중 하나인 공수처가 오히려 규칙과 규율을 무시하고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적절한 기회와 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인신을 구속하는 영장을 거듭 청구하는 등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변협은 지난해 11월 26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를 추진할 당시 성명서를 내고 “명백하고 중대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며 “법무부장관의 조치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재고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영장이 기각되자, 공수처는 반성하거나 자중하기는커녕 아쉽다고 했다”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정권의 충견 노릇만 하는 공수처는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 <이미지 출처=머니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윤 전 총장의 이같은 반발에 대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나는 수사하면 안 된다, 정권 공작처다’ 이런 식으로 하면서 어떤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백 의원은 “수사 대상이 윤석열 후보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볼 때 검찰총장의 명령 없이 움직일 수 없는 조직”이라고 했다. 

백 의원은 “한동훈 검사장의 핸드폰이 압수수색 됐을 때 윤석열 총장이 굉장한 충격을 받았었다는 보도도 있지 않았나”라며 “여러 상황에서 윤 후보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대선 후보든 아니든 고소, 고발이 이뤄진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 수사할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오히려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윤석열 후보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영장 기각에 대해선 백 의원은 “실체적 진실을 신속하게 가릴 수 있는 계기였는데 좀 아쉬운 면이 있다”면서도 “크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백 의원은 “기각 사유가 어떤 사실관계에 관한 부분이나 법리적 판단에 관한 부분은 전혀 없고 구속의 필요성에 관한 부분만 판단이 되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백 의원은 “사실관계의 상당히 다른 부분들이 좀 밝혀졌기 때문에 (구속영장을)청구한 것이 아닌가했는데 그런 내용은 없다”며 “아직도 수사가 더 진행될 부분이 있는 것 아닌가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