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에 대한 주제를 다룬 동화 <너의 바다가 되어>가 출간됐다. 저자는 인권 현장을 누비고 있는 인권운동가 고상만씨. <너의 바다가 되어>는 사람과 동물로 나뉘지만 결국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람이나 동물이나 전혀 다르지 않은 ‘가족애’를 보여준 작품이다.

작품의 모티브는 오래 전 본 기사에서였다고 고상만씨는 밝혔다. 한 어미 돌고래가 공연 중 허공에 달린 링을 통과할 때 입수 지점에 있는 새끼를 발견했다. 어미 돌고래는 새끼와 부딪힐 것을 염려해 허공에서 몸을 세 번 비틀어 물이 아닌 콘크리트 무대 바닥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얼마 후 어미 돌고래는 숨졌다. 

고 씨는 “기사를 접한 짧은 시간에 이야기를 전부 구상했다”며 “동화는 어미를 잃은 아기 돌고래와 엄마를 잃은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책의 출간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단순히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의 소중한 공동체를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 씨는 “우리나라 동물원에는 현재 24마리의 돌고래가 있는데 이 책으로 돌고래들이 바다로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독자들은 동물원의 존재 이유와 동물들의 권리를 함께 알아주는 것”과 “인권의 감수성으로 새롭게 살펴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원과 사람들이 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 씨는 또 “<너의 바다가 되어>가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 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너의 바다가 되어>를 출간한 인권운동가 고상만씨 <사진=박효연 기자>

# 인권운동가가 쓴 ‘동물권’ 이야기

Q 동화 <너의 바다가 되어>를 출간했어요.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를 동화에 녹아 냈는데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10년 전에 처음으로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이슈가 부각되었어요. 그 때 제가 우연히 기사에서 어떤 사건을 접하게 됐어요. 바다에서 잡혀온 엄마, 아빠 돌고래 사이에서 새끼 돌고래가 동물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 당시 그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죠. 태어난 돌고래는 단 한 번도 바다를 본적이 없을 거 아니에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말이죠. 

문화적 충격처럼 기사를 접하고 짧은 순간에 이 이야기의 구성 전부를 구상했어요. 동물과 사람이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 그리고 자식을 지키기 위한 엄마의 헌신적 사랑 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모든 것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과 모든 것은 감정이 있고 그걸 우리가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말 하고 싶었어요.  

Q 동물의 이야기가 결국 인간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동물 가족과 인간 가족의 이야기를 잘 엮었다는 평이 있는데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까요?

어느 독자 분께서 서평을 남겨주셨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제돌이가 방류됐을 때 제돌이 뿐 아니라 다른 돌고래도 방류해야 한다라는 논의가 있었어요. 왜 제돌이만 돌려보냐고 말이죠. 당시 늙은 돌고래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돌고래는 너무 늙어서 방류가 위험했던 거예요. 제돌이도 1년 넘게 제주도 앞바다에서 방류 적응 훈련을 시켰거든요. 그러고 나서 2년인가 있다가 바다로 돌려보냈는데요. 늙은 돌고래는 그게 어려워서 안 돌려보냈던 적이 있었어요. 

그 분 서평에서 만약 그 늙은 돌고래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죽어도 좋으니 하루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가슴에 와 닿았어요. 

저희 어머니가 몸이 불편해서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작년에 돌아가셨거든요. 코로나19 때문에 본의 아니게 감옥 생활을 하셨는데 어머니 꿈은 코로나가 끝나고 집에 가서 김치를 담그는 게 소원이셨어요.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신 거죠.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니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물과 사람들이 다른 점이 뭘까. 기본적으로 사람과 동물이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가족애, 단순히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의 소중한 공동체라고 하는 건 같지 않을까. 

▲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지난 4월 21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다. 제돌이는 2009년 제주 바다에서 불법포획된 후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을 하다가 2013년 제주 앞바다에 다시 방류됐다. <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뉴시스>

Q 동화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요?

동물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실 가족의 이야기거든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고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을 텐데 그 분들한테 따뜻한 위로를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른 동화로 쓴 거예요.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어른들이 많이 힘들잖아요. 심정적으로 IMF 이후에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IMF 때 <가시고기>라고 하는 어른 동화가 나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었는데 저도 그 책처럼 위로를 주고 싶었어요. 위로가 필요한 어른들에게 말이죠. 그래서 어른 동화로 낸 것도 그 이유예요.

Q 인권을 넘어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오늘날의 동물원의 실태가 어떤지 궁금해집니다.

글을 쓰면서 자료를 찾아보니 동물원은 과거 강대국 귀족들의 특별한 권력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활동되었더라고요. 멀리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를 보면 조선의 상징인 궁궐 안에 동‧식물원이 만들자는 제안을 한 인물이 바로 이토 히로부미였어요. 그렇게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조선 최초의 동물원이 되었고 일제가 패망하고 물러났을 때 일본 도쿄에서 긴급 명령이 떨어져요. 그것은 바로 창경궁에 있는 동물들을 다 죽이라는 거였어요. 동물들이 우리에서 나와 사람들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죠. 결국 맹수를 포함한 동물들이 싸늘하게 죽어간 게 우리의 첫 동물원 역사예요. 

생각해보니 우리 주변에 인간 동물원도 많았어요. 제가 어릴 적 약장수가 많았는데 어느 날 약장수 아저씨가 자기들이 목이 긴 처녀 귀신을 데리고 다닌다고 했어요. 구경하라고 전단지를 뿌렸는데 그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엄청 몰려갔죠. 저도 궁금해서 갔는데 그 목이 긴 처녀 귀신이 알고 보니 미얀마 여자였던 거예요. 목에 링을 끼고 있는 소수민족 있잖아요. 아마 미얀마 여성을 인신매매인지를 해서 데리고 온 거겠죠. 더 과거로 가자면 북미 대륙에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데리고 와서 구경했던 것처럼 그런 게 인간 사회에서도 굉장히 흔했던 거죠. 

동물원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봐요. 그러면서 동물원이라는 게 사람들에게는 그저 돈 장사에 신경 쓰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 동물을 사오는 것에 대해 비용을 따지는 걸로 계산하는 게 맞나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이런 걸 인권의 감수성으로 본다면 새롭게 살펴보자. 그리고 동물원이 좀 변화하자, 이런 생각인 거죠.

▲ 영화감독이자 동물권단체 카라 대표인 임순례 감독이 <너의 바다가 되어>를 읽고 공감했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이미지 출처=고상만씨 페이스북 캡처>

Q 동물원에서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보는 동물들의 행동들 있잖아요. 북극곰이 물속에서 나와 머리를 흔든다든지 하는 것들이 사실은 자폐증상이거든요. 이 외에 다른 동물들의 정형화된 이상행동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 서울대공원과 몇몇 동물원 빼고 다른 동물원의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굉장히 심각해요. 얼마 전 고양시에 있는 한 동물원에서는 악어를 때리고 가혹행위해서 논란이 있었잖아요. 

동남아 가면 코끼리도 많이 타는데 사실 코끼리 귀에 모든 신경이 다 있는데 그걸 날카로운 갈고리로 찍잖아요. 코끼리가 방향을 움직이는 게 사실 엄청 아파서 그런 거거든요. 

이 모든 걸 인권적 감수성으로 보면 문제가 많은 건데 그런 많은 문제와 더불어 동물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우리가 다 같이 생각해봤으면 해요. 동물과 사람이 대화가 가능하다면 도대체 저 동물이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할까.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족관, 동물원 등에서 기르는 돌고래의 방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Q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사실 이 동화는 20~30대 미혼여성을 타깃으로 썼어요. 왜냐면 이 분들이 공감을 가장 잘 해주는 분들 같아서예요. 물론 그 분들만 읽으란 건 아닌데, 50대 남성들이나 다른 분들이 이 이야기를 읽고 얼마나 공감할까 의문이 들기도 해요. 

굳이 추천할 사람들을 찾자면 동물원에서 일하는 분들, 동물원이 사람을 위한 곳인지, 동물을 위한 곳인지 생각해보는 의미로 관련 있는 분들이 보셨으면 합니다. 

Q <너의 바다가 되어>가 첫 동화인데 구상하고 있는 다른 작품도 있나요?

지금까지 낸 총 아홉 권의 책 중에 소설책을 낸 것은 처음이긴 한데요. 사실은 89년도 대학시절부터 소설을 쓰긴 했어요. 그 당시 어머니는 제가 월급쟁이가 되셨으면 하더라고요. 당시 저는 말잘 듣는 셋째 아들이었는데 어머니한테 “저는 글이 돈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했어요. 그때부터 사실은 습작을 많이 했고 여러 공모전에 응모도 하기도 했어요. 물론 다 떨어졌지만.(웃음) 그리고 마침내 대학에 들어가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서 글을 썼죠. 그게 첫 소설이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출간할 계획입니다.

Q 못하신 말씀이 있나요?

이걸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된 건데 우리나라에는 현재 24마리 정도의 돌고래가 공연을 강요받으면서 동물원에 갇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통해서 24마리의 돌고래가 자유를 찾아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 책이 24마리의 돌고래가 바다로 가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또 동물원의 존재 이유, 동물들의 권리, 이런 것들을 저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이 책이 낮은 단계에서의 고민들을 다 같이 한 번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저자로서 욕심이에요. 

자 그러면서 또 한 가지 고민이 생기죠. ‘왜 돌고래만 풀어줘야 하지?’라고 말이죠.

Q 마지막으로 고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고발뉴스 후원회원이에요. 고발뉴스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여전히 우리 회원들이 기대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발뉴스가 적폐청산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는 걸 보면서 회원의 한 사람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그런 고발뉴스가 앞으로 더욱더 성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훗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양한 회원이 모집이 되어서 같이 보고 교류하고 또 후원을 넘어 주인의식으로 함께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너의 바다가 되어>(고상만 (지은이) /크루 /2021-10-12)

박효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