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시작 하루 전날인 어제 오후 9시 이준석 대표가 추진한 긴급 최고위 안건은 <곽상도 의원 제명> 하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감 시작 직전 밤 9시에 최고위를 소집할 정도로 긴박한 사안이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옹호가 아닙니다. 저는 ‘대장동 부패 설계자’와 ‘대장동 부패 몸통’을 은폐하려는 정권, 여당과 싸우는 게 먼저라는 취지였습니다. 또, 그렇게 생각합니다.”

1일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전날(30일) 당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불거진 ‘상도수호’ 논란에 대해 자신이 곽상도 무소속 의원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간 것이다. 하지만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에 분노한 국민들 생각도 과연 그럴까. 

▲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9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조 최고위원은 “첫째, 국정감사 시작 직전 밤 9시에 최고위를 소집할 정도로 긴박한가?”라며 “둘째, 모든 것을 다 떠나서, 탈당한 분을 최고위에서 의결로 의원직 제명을 할 수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곽 의원 의원직 제명이 정당한가라고 분명히 따져 물은 것이다. 

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메시지에서도 조 의원은 “첫째, 곽 의원 아들 퇴직금 규모를 떠나서 그 퇴직금이 범죄나, 화천대유의 불법과 관련이 있습니까? 곽 의원이 화천대유에 뇌물을 받은 정황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곽 의원의 뇌물죄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어 조 의원은 “둘째, 아들의 퇴직금이 논란이 된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며 “아직은 농지법 같은 법 위반도 아니기 때문에 연좌제라는 단어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더 나아가 조 의원은 “그럼에도 곽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아버지의 법 위반이 확인된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은 타당한가”, “추석 뒤 미국에 다녀오면서, 귀국 일성으로 이미 탈당한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게 타당한가?”라며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수진 최고위원의 ‘곽상도 살리기’에 ‘국민의힘 내분’ 조짐까지 감지되는 모양새다. 이 대표도 진화에 나섰다. 1일 연이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조 최고위원을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유승민 “분명히 경고합니다. 상도수호 그만 두세요”

“진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곽상도 의원에 대한 제명은 애초에 우리당 소속 의원이 아니므로 최고위 의결사항도 아닙니다. 따라서 이건 안건이 될 수도 없습니다.”

이날 이 대표는 뉴스1의 <국민의힘, 의문의 ‘심야 긴급최고위’…“곽상도 안건 논의 안했다”(종합)> 기사를 공유하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작 회의에 불참한 조 최고위원이 이 대표 및 다른 최고위원들과 기자들에게 “절차 자체가 틀렸다”며 “전두환도 이렇게는 안했다. 북한 핵실험 같은 사안에 심야 긴급최고위 하는 건 봤지만, 민주주의는 절차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평소보다 반박자씩 빨라도 부족함이 있는 상황에서 전두환 신군부 소리 들어가면서 굳이 당무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상도수호 없다는 당 대표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들이받을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바로 들이받고 기자들에게 언플을 해대는 모습을 보면서 무한한 자괴감을 느낍니다. 

당신께서 하고 싶은대로 하십시오(...). 당신의 문자 그대로 들고 국민과 당원을 설득해 보십시오. 남한테 훈계하듯 시키지 말고 직접 하십시오. 저는 못합니다.” (1일 오전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글 중에서)

해당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조수진 비판’에 동참했다. 이날 김용태 최고위원은 소셜 미디어에 “개인정치는 나중에 하십시오. 지금 중요한 건 대선 승리를 위해 하나로 뭉치는 일입니다. 자중하십시오”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어제 최고위 안건에 대해 모 최고위원께서 당대표를 강하게 비판하셨습니다. 물론 오해에서 비롯된 비판이라고 하더라도 민주주의 정당에서 얼마든지 비판의 목소리는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일반당원이 아닌 당 ‘최고위원’이라면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어야 합니다. 또한 듣는 사람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거북한 단어를 사용하며 당의 동료를 비난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나섰다. 앞서 곽상도 의원을 강하게 비판해 온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조수진 최고위원은 50억원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안 들리는가?”라는 페이스북 글에서 “사도수호를 두고 왜 당 지도부가 분열을 보이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1일 오전 남구 대명동 곽상도 의원 사무실 앞에서 '퇴직금 50억 받은 아들 일이나 신경써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등 63개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곽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곽상도 국회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제공=뉴시스>

“50억 원 때문에 2030세대가 우리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국민이 분노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이 이런 명백한 문제를 두고 딴소리를 하다니... 이러고도 대선 승리를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곽상도 의원 아들이 아니었더라도 화천대유에 취직을 하고 50억원을 받았을까요? 분명히 합시다. 상도수호, 부패검사수호, 부패대법관수호... 이런 부패비호는 국민의힘에 있을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권, 이재명 지사에 맞서 이기려면 우리부터 깨끗하고 당당해야 합니다. 명분도 없는 일로 걸핏하면 당대표를 흔드는 행위는 흔들기를 위한 흔들기입니다. 분명히 경고합니다. 상도수호 그만 두세요.”

그리고, 또 다시 시험대 오른 이준석 리더십 

보수야권 내 내분과 분란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2016년 3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진박 공천을 막기 위해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일으켰던 이른바 ‘옥새 들고 나르샤’ 파동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권 당시 당 내 친박계 및 친이계의 계파 갈등이 당내 암투 수준으로 번졌던 셈이다. 

▲ 지난 2016년 3월 30일 새누리당이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을 패러디한 4·13 총선 홍보 영상으로 공개했다. <이미지 출처=새누리당 채널 ‘새누리VS’ 영상 캡쳐>

한데 ‘상도수호’는 가히 차원이 다르다.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잇따르고 국민적 공분이 진행 중인 사건과 해당 의원에 대해 제1야당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나선 것을 그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오늘, 교육위 국정감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교육위 소속인 곽상도 의원이 어떤 얼굴로 나타날까 궁금했는데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이  곽 의원이 나타날지가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상도수호’ 없다고 공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심야 긴급최고위 회의 뒤에 공개적인 반발이 터져 나오자 ‘현재 곽상도 의원 제명안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아마도, 어제 곽상도 제명을 논의하려고 호기롭게 칼을 빼려다 당내 의원들 반발에 화들짝 놀라서 꼬리를 내린 모양입니다. 곽상도 제명하겠다는 이준석의 공언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이날 오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전한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풍경이다. 당당하고 떳떳하다던 곽 의원이 국회의원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인 국정감사에도 불참하는 상황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또 이러한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발 빠르게 진화하지 못하는 ‘이준석 리더십’은 어떻게 비춰질까. 안 의원이 “겨우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반발이 무서워 상도제명에서 상도수호로 바꿨습니까?”라고 지적할 만하지 않은가.  

▲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등 63개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1일 오전 남구 대명동 곽상도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곽상도 국회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