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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실종된 ‘황제의전’ 보도에 외면된 ‘약자들’언론에게 약자는 뉴스 소재일 뿐 ‘진실’이 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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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한신대 교수(민언련 정책위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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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04  11:57:07
수정 2021.09.04  1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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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 창궐한 코로나19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우리 정부와 언론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현황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고, 학생과 직장인뿐만 아니라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와 모바일을 가진 사람들은 기계를 중간에 두고 소통하는 일상에 익숙해졌다. 백신이 나오기도 전부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언론은 최근 ‘위드 코로나’(코로나19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는 것보다 치명률을 낮추는 새로운 방역체계 등을 도입해 코로나19와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전환을 보도하느라 분주하다. 

코로나19 보도에서 다뤄지지 않는 사람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8월 말 기준 코로나19 주요 연관어를 살펴보면, ‘신규 확진자’가 가장 많고 ‘시민들’, ‘백신 접종센터’, ‘중앙방역대책본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주말 검사 수 감소 영향’, ‘자릿수’ 등이 뒤를 잇는다. 간혹 마스크를 써달라는 말에 괜한 화풀이를 하는 사람들이 뉴스에 나오지만, 대부분 국민은 정부 지침과 규정에 잘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해외 뉴스로 접한 생필품·음식 사재기 현상이나 마스크를 불태우며 백신과 방역 정책에 강하게 저항하는 과격 시위대를 국내에선 볼 수 없었다.

   
▲ 빅카인즈에서 '코로나19'를 검색한 결과, 2021년 8월 31일 하루에만 2,345건 기사(분석 제외)가 발표됐다. 사진 속 단어들은 8월 31일 '코로나19' 연관어(기사 500건 기준) ⓒ민주언론시민연합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이란 큰바람을 묵묵히 맞으며 서서 버티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폭염 속에서도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노동자들, 늘어난 택배를 전달해야 하는 택배노동자들, 건설현장 노동자들, 대중교통을 운전하고 관리해야 하는 노동자들, 경비업무뿐만 아니라 평소보다 늘어난 재활용 분리수거까지 해야 하는 경비노동자들, 단기 고용임에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고 급여로 최선을 다해 근무하는 파트타임 노동자들, 종업원 없는 1인 자영업자들까지. 모두 우리 이웃이고 내 일상과 관련된 곳에 있는 사람들이다. 

보통은 이들을 사회적·경제적 소수자 또는 약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에는 이들이 없다. 약자를 이용해 뉴스가 될 만한 아이템으로 만드는 기술은 탁월하지만, 이들이 팬데믹을 얼마나 어떻게 버텨내야 하는가에는 관심조차 없다. 특히 주류 방송, 주류 신문일수록 이 시대 노동자들이 누구인지 그들을 어떻게 살펴봐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청소노동자·군 성범죄 피해자 사망, 자극적 보도만 남았다

뜨거운 여름이 일찍 시작했을 무렵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와 대학은 무기계약직, 비정규직이란 고용계약 형태의 차이를 만들어 놓고, 마치 출신 신분인 양 중간 계급이 오만무례하게 행동해도 용인되는 근로환경 문제를 묵인했고 적극적으로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학은 유족을 배제한 자체 조사를 요구했고, 노동자 개인의 사고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주류 언론 역시 고인과 유족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당사자 관점에서 얼마나 모욕적이었을지 상상만 해도 황당한 갑질에 대해서만 자극적으로 키워 보도할 뿐 사망 원인,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청소노동자들의 비정상적인 고용계약 문제, 그리고 열악한 노동환경에는 별 관심이 없다. 주민의 일방적 폭행과 폭언, 괴롭힘에 시달리다 죽음을 선택한 아파트 경비노동자에 대해서도 언론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거나 청소노동자들의 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 입법 행위를 감시하거나 비판하지도 못했다.

또한 군 내 성범죄와 모욕을 못 견디고 자살한 여성들은 어떠한가. 실태를 공식 조사한 2013년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군 내 성범죄는 올해도 해군, 공군, 육군에서 유사 범죄가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여군을 군인이 아닌 여성으로 생각하는 남성 중심 조직문화가 폭력으로 변질하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제대로 처벌 방안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언론은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웠을’ 폭행과 추행을 자세히 묘사하느라 바빴는지 당사자와 유가족의 명예는 신경도 못 쓰고 있다. 누군가의 아내이고 딸이며 언니, 동생, 누나였을 그들이 목숨과 바꾸며 세상에 전하고자 한 간절한 목소리는 쉽게 덮어 치운다. 

   
▲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27일 충북혁신도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어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초기 정착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맥락 실종된 ‘황제의전’ 보도 속 아프간 난민 지원정책 실종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황당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8월 27일 법무부 차관 ‘황제의전’이란 자극적 뉴스가 대표적이다. 377명의 아프간인을 기적같이 탈출시킨 후 정부 고위 관료가 비가 내리는 중 야외 브리핑을 하는데, 그의 뒤에서 무릎 꿇고 양손으로 우산을 받치고 있던 수행비서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이 모든 문제를 덮었기 때문이다. 

‘갑질’이 자극적일수록 사람들이 빠르고 쉽게 분개한다는 것을 계산이라도 한 듯 사건의 전후 맥락은 쉽게 생략됐다. 비오는 날 실내행사를 실외로 요구한 것도, 카메라에 담긴다는 이유로 옆에 서 있던 수행비서를 비키라고 했다가 뒤에 서자 자세를 낮추라고 요구한 것도 모두 언론이었지만 보도엔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 대부분 언론은 경쟁적으로 ‘황제의전’ 논란을 키우기 바빴다.

젊은 수행비서의 ‘굴욕적인 업무현장’ 사진을 앞세운 언론의 비판보도 홍수 속에 작전 ‘미라클’ 과정(2021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공세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함락되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구출해 국내로 이송한 작전), 입국한 아프간인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정착 정책 계획에 대한 브리핑은 모두 묻혔다. 대체 언론에 약자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언론에게 이들은 경쟁하기 좋은 뉴스의 소재일 뿐,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진실 탐구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사회에서 기득권을 갖지 못한 비주류를 약자(socially disadvantaged groups) 또는 소수자(minority)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소득, 고용, 교육, 성, 종교, 문화, 이민 상태, 거주지, 나이, 장애 등으로 약자의 범주를 나누는데, 명시적 정의는 내리지는 않고 있다. 대신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할 줄 모르는 오만한 언론과 주류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통곡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http://www.ccdm.or.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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