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 결정이 대학입시의 공정성과 학생의 인권이라는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한 것인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과 교육부의 압력으로 대학의 자율적 의사결정이 훼손된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앞으로 남아 있는 청문회 등의 행정절차와 최종결정 과정에서 이번 결정이 취소되기를 바란다.” 

26일 부산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가 발표한 <조민 씨에 대한 부산대 대학본부의 의전원 입학 취소 처분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부산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 성명서>의 서두다. 

전날(25일)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교수·연구자 일동이 “조민 씨의 의전원 입학이 문제라면, 당해 연도인 2015년 전국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모든 대상자를 철저히 사정(査定)해야 한다”며 전수조사를 요구한데 이어 부산대 교수들마저 성명서를 내고 부산대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의 24일 결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협의회는 성명서에 조씨 사례를 “입학 후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로 볼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 뒤 부산대 공정위 조사대로 조씨가 입시 과정에서 제출한 기타 서류가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입학 후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로 간주한 공정위의 결정이 “과연 온당한 해석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협의회는 “이번 입학취소 결정으로 인해서 조민씨가 받게 될 피해가 너무나 크다”며 “합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일부 서류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졸업까지 한 학생의 입학을 취소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결정인지 대학본부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의회는 “대학은 정치의 장이 아니다”며 이와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대학본부의 이번 결정은 정치권의 강한 압력으로 인해서 대학본부가 자율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대학본부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그 결과를 참고하여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전이라도 처분 결정을 내리라고 대학을 다그쳤으며, 야당 의원들은 대학본부를 찾아와 조민씨를 빨리 입학 취소시키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우리는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대학을 교육부와 정치권의 논리에 굴복시키려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교육부와 정치권은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더 이상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본부는 정치적 유불리와 이해관계가 아니라 오직 교육기관으로서의 가치와 역할에 충실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촉구한다.”

▲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25일 “부산대학교는 조민씨에 대한 입학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 부산대학교 민주동문회”란 현수막을 내건 사진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부산대 교수들마저 나서게 만든 교육부와 부산대의 정치적 결정  

이와 관련, 추 전 장관은 25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은혜) 장관 발언 이전까지 부산대는 대법원 판결 이후 심의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이 3월 8일 조민 양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고, 24일 다시 언론을 통해 판결 전 조치를 지시했던 것”이라며 “보궐 선거 참패원인도 조국 탓을 댔던 특정 세력의 언동에 비추어보면, 선거 전에도 ‘공정’이라는 가치 회복을 위해 조국과 그 가족을 희생양 삼아 민심에 편승하기로 ‘정무적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여권발 정치권 개입설을 제기한 바 있다. 

교사 출신인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조민씨 입시에 대한 수사나 기소, 그리고 어제의 입학취소결정은 정치적 수사, 정치적 기소, 정치적 입학취소 조치”라며 언론과 검찰은 물론 사법부 판단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기사검색을 해보면 부산의전원 건에 대한 기사는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쏟아지고 있다. 내가 작년 국감에서 나경원 아들 특혜 관련 준비를 하면서 기사검색을 했을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언론인들은 이 현실에 어떻게 답할까. 

검찰의 수사, 기소는 긴 말이 필요 없다. 조민씨 입시 관련 수사와 기소를 지휘했던 당사자 윤석열씨가 지금 야당 대선후보로 나와 있지 않은가. 뭔 말이 필요하랴. 사법부 재판은 또 어떤가(...). . 사법부와 부산대가 서로 밀어주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꼴 아닌가. 절묘한 정치적 연대다.”

이어 강 의원은 “언론, 검찰, 사법부, 대학의 연대는 조민씨에게 지금까지의 삶을 부정당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너무 가혹하다”며 “같은 건 같고, 다른 건 다르게 분별해내는 것은 사법부만의 몫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공정을 부르짖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평소에 그렇게 목 놓아 외친 대학 자율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한탄한 강 의원은 교육자 출신답게 “입시가 우리 사회 많은 문제들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처럼 되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살만한 세상 만드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교육개혁을 고민하는 나로서는 그래서 더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분노한 시민들, ‘노답’ 언론 

“나도 자식을 키우는 심정에서 보면 아비로서 고통스럽다는 조국이 충분히 이해는 된다... 뒷문으로 학교를 보낸 것도 아니고 떳떳하게 자기실력으로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는데, 이 모든 걸 아버지 때문에 모두 부정당해야 한다면 어느 부모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조민씨 청원관련 기사에 달린 포털 다음 댓글)

이런 일련의 움직임 때문이었을까. 2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부산대 **(조민)양의 위법한 입학 취소 결정 반대 합니다> 청원은 게시 만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을 돌파, 26일 오전 10시 현재 27만7천 명을 돌파해 눈길을 끌었다. 

▲ <이미지 출처=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반면 삶을 부정당한 조씨를 조롱하는 언론들의 행태는 여전했다. 시작은 역시나 조선일보였다. 25일 오전 조선일보는 <‘고려대’ 말고 ‘조려대’.. 조민 얼굴 본뜬 학교 로고까지 등장>  기사에서 고려대 동문 커뮤니티 고파스에 게시된 조씨 관련 게시물을 퍼다 나르며 기사화했다. 이후 이를 ‘받아쓰기’ 보도한 매체는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뉴스1>, JTBC, TV조선 등 주요 매체 20여 곳에 달했다. 

나경원 아들 특혜 관련 보도와 조씨 보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던 강 의원의 한탄을 넘어 조씨를 희화하하고 조롱하는 논조의 기사를 주요 일간지 및 종편, 통신사 및 경제지들이 여과 없이 보도한 셈이다. 강 의원 말마따나 언론중재법 반대 목소리를 드높이는 언론들의 ‘조국 팔이’ 행태를 묵인해야 할까. 이 언론들이 ‘조민 청원 20만 돌파’와 같은 기사를 쏟아냈다고 해서 균형감을 맞췄다 인정해줘야 할까. 

이번 부산대 결정과 그에 앞선 ‘유은혜 교육부’의 행태에 허탈감을 표한 이들이 많은 것도, 하루 만에 청와대 청원이 20만을 돌파한 것도 그래서일 터다. 그간 언론과 검찰, 사법부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 이들이 교육계는 그나마 상식적일 것이란 믿음이 부산대의 금번 결정으로 깨져버려서다. 부산대 교수들마저 나서서 학교 측 결정을 향후에라도 취소하라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고.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