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님께서 사과 아닌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더빨리 현장에 가지 못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니 사과가 아니라 진짜 잘못을 은폐하는 사과쇼입니다. 떡볶이 먹방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습니다.” 

지난 21일 윤희숙 국민의힘 서초갑 의원이 <이재명 지사님, 지금 할일은 사과가 아니라 귀가입니다>란 제목으로 게시한 페이스북글 일부다. 쿠팡 화재 당시 경기지사로서의 대응 논란에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윤 의원이 “당장 도지사 권한과 대선후보직을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게 국민의 불안을 덜고 평안케 하는 길”이라며 후보 사퇴를 종용한 것이다. 

“국민여러분,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속에서 누군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했고, 누군가는 오랜 터전을 포기했고, 청년들은 꿈과 희망을 포기했습니다. 한순간에 벼락거지가 되는 바람에 계층이 나눠지고 갈등도 심화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바꾸고야 말겠습니다.”

다음날인 22일, 윤 의원은 “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며 부동산 관련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여권 유력 인사들을 향한 독한 언설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 온 윤 의원.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보수언론 및 보수진영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며 대선주자로 나설 수 있었던 윤 의원이 결국 부동산 투기·위법 의혹에 휩싸이며 정치생명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그토록 본인이 비판했던 ‘내로남불’을 스스로 자행해 왔던 것이다. 

▲ <이미지 출처=YTN '뉴스가 있는 저녁' 화면 캡처>

‘나는 임차인’ 윤희숙의 눈물 겨운(?) 내로남불 

“윤 의원은 부친이 모친과 함께 내려가 농사를 지으려고 했으나 모친의 건강 여건 탓으로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해 임대차 계약을 맺었을 뿐이라고 소명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일련의 일은 부친의 경제활동으로서 26년째 별도로 생계를 영위하고 있는 자신은 부친이 땅을 산 사실조차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의원이 사퇴를 선택한다면 반응이 엇갈릴 전망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책임감 문제와 함께 권익위가 무리한 의혹 제기로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사직은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서 의결로 '허가'된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결정된다. 폐회 중일 때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 본회의에서 부결되거나 의장이 허가하지 않으면 사직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셈이다.”

25일 머니투데이의 <윤희숙, ‘의원직 사퇴’ 폭탄 선언하나..분노의 이유> 기사 중 일부다.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전수조사 결과 국민의힘 부동산 의혹 인사 12명 중 윤희숙 의원이 포함된 가운데 24일 윤 의원이 의원직 사퇴 의사를 당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머니투데이가 “참을 수 없는 윤희숙의 분노…왜 의원직 사퇴까지 고민하나”라며 일종의 ‘쉴드’를 치고 나선 것이다. 

▲ <이미지 출처=머니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활발한 소셜 미디어 활동을 펼쳐 온 윤 의원은 권익위 발표 이후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24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지에 대한 윤 의원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25일 비전 발표회에 불참하겠다고 당 사무처에 밝힌 것으로 알려져 대선 불출마 선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윤 의원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당 내에선 ‘본인 책임은 적다’거나 ‘의원직 사퇴는 심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선후보로 나선 윤 의원이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 자체가 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역시 진보당 대선후보 출마자인 김재연 전 의원이 ‘윤희숙 의원직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윤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국회 본회의 연설로 주목받은 인물입니다. 이 연설을 통해 이름값을 높이더니 결국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 발표로 이 연설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투기가 사실일 경우 '악어의 눈물' 뒤에는 부당이득을 챙겨가는 파렴치한 '투기꾼의 웃음'을 감추고 있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지금 당장 윤 의원을 제명해야 합니다. 윤 의원 역시 서민을 흉내냈던 가면을 벗고, 지금 당장 의원직을 사퇴해야 합니다. 윤 의원은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조사를 성실히 받고,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부동산을 청산하는게 지금도 집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드리는 최선의 도리입니다.”

체면 구긴 윤석열, 셀프 면죄부 논란 이준석  

관심은 국민의힘 이준석 지도부의 선택에 쏠린다. 24일 이 대표는 “본인 소유도 아니고 본인이 행위에 개입한 바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라며 윤희숙 의원을 포함해 ‘투기 의혹’ 12명 의원 중 절반은 소명이 완료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나머지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 5명은 탈당을 권고하고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만 제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당장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나왔다. 앞서 민주당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이준석 대표의 선언 자체가 ‘정치쇼’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아울러 윤석열 캠프 역시 이미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투기 의혹 12명 중 이철규 의원은 조직본부장, 송석준 의원은 기획본부장 겸 부동산 정책본부장, 안병결 의원은 홍보본부장, 정찬민 의원은 국민소통위원장, 한무경 의원은 산업정책 본부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윤석열 캠프의 도덕성 및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진 배경이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윤희숙 의원을 찾아와 사퇴를 만류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물론 본인이 결정할 사안이다. 이번 권익위 발표를 통해 윤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더라도 ‘내로남불’, ‘후안무치’란 꼬리표를 내내 달고 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국민의힘의 결정이다. 앞서 박덕흠․전봉민 의원의 탈당으로 부동산 의혹 의원들에 대한 꼬리 자르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던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셀프 면죄부’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부동산 기득권’ 정당이란 오명이 오명이 아닌 실제라는 것을 증명하고도 향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셀프 면죄부’로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면 크나큰 오산 아닐까.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