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파 논객 마크 티센이 한국을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비유해 논란이 되고 가운데 우리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최경영 KBS 기자가 19일 “굴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보수 성향의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이자 폭스뉴스 해설가인 마크 티센(Marc Thiessen)은 16일 트위터에 “만약 한국이 이처럼 지속적인 공격을 받는 상황이었다면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빠르게 붕괴됐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북한군의 전력이 탈레반보다 앞선다”면서 “우리 없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미국의 동맹국은 사실상 없다”고도 했다. 

▲ <이미지 출처=미국 우파 논객 마크 티센 트위터>

그런가 하면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한국에는 70년 넘게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며 아프간내 미군 철수는 성급했다고 비판했다.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에서 외교·안보를 맡았던 라이스 전 장관은 “엄밀히 말하면 미국이 가장 오래 전쟁한 곳은 아프간이 아니고 한국”이라며 “한국전쟁은 승리가 아닌 휴전이라는 교착상태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라이스 전 장관은 70년이 지났지만 한국에 2만8000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며 “수준이 높은 한국 군대도 북한을 혼자 힘으로는 제지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파 논객 티센은 아프간 전쟁을 수행한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부시 대통령의 연설담당 비서관을 지냈다. 또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요새’라고 불리는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연구원이다. 

대북 강경파로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주장하고 있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기업연구소 부회장(1997∼2001)을 지냈다.

미국기업연구소에 대해 최경영 기자는 SNS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이른바 ‘네오콘의 요새’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니까 마크 티센은 자신이 모셨던 부시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옳았다는 걸 옹호해야 하고 바이든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비난할 수밖에 없는 매우 정파적인 인물인 것”이라고 발언 배경을 짚었다. 

또 최 기자는 마크 티센은 비슷한 시기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은 “맹량한 주장까지 한다”며 소개했다. 

“미국 우방 중 어떤 나라도 미국 도움 없이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 그게 우리가 미군을 일본, 독일, 한국에 70여년이상 주둔시킨 이유고, 그게 우리가 전세계 170개국 이상에 우리 군인들을 파병한 이유다.” 

그러면서 최 기자는 언론을 향해 “미국의 호전적인 우파 논객 한명이 뭐라고 한마디 했다고 전후맥락 설명도 없이 한국을 아프가니스탄과 바로 비교하는 지극히 낮은 수준의 자존감이 우리 언론에 배어 있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렇다면 그건 우리의 굴욕”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과 미국 우파 논객 마크 티센 <사진=뉴시스, JTBC 화면 캡처>

김어준씨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미국 한 네오콘 논평가의 발언을 우리 언론이 대서특필 해주고 있다”며 “그럼 주한미군 철수하면 우리 대통령이 돈 싸들고 외국으로 도망하고 우리 군대는 즉시 투항한다는 소리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나라 뺏기면 이렇게 된다는 제하의 기사도 그렇다”며 “아프간이 미국 것이 아닌데 자신들의 나라를 다른 국가가 지켜줄 수 없다고 해야 맞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라이스 전 장관의 기고문을 언급하며 김씨는 “진짜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한국군만으로 북한을 저지하지 못한다고 우리가 인정했기 때문에 미군이 있는 것이라고 대놓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주한미군 주둔 이유에 대해 김씨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러시아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북아 군사기지로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군사기지로 한국을 이용하고 싶으니까 못 떠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런 인식을 하도록 우리 언론이 도와주고 있다. 스스로를 미국 발밑에 두고 있다”며 “그러니까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다.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