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임시 안치되어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78년만에 봉환된 가운데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가 “고려민족 사회의 여론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해를 모시고 온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을 끝낸 후 특사단에게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가 섭섭해하지 않느냐”고 물으며 “묘역을 공원화하는 방안 등 후속 작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박노자 교수는 16일 SNS를 통해 “문제는 ‘섭섭한’ 감정만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며 “고려민족 사회의 여론은 사실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문 대통령이 유해 봉환 문제에 있어서 카자흐스탄 국가 권력자들과 협의하신 거지, 고려인 사회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신 게 아니지 않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이게 ‘민주주의’ 맞나? 아니면 대한민국의 ‘국민’만을 위한 ‘민주주의’인가”라며 “‘소수자’에 대해 개무시하고 행정편의주의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은 “이번 정권에 들어와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홍 장군을 이렇게 품을 수 있었다면, 고려민족에 대한 대우를 좀 달리하면 안 되는가”라며 “재한 고려인들에게는 예컨대 간이 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면 안될까”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우원식 의원은 17일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은 대한민국 정부의 의무”라며 홍 장군은 ‘내가 죽고 우리나라가 해방되면 꼭 고국에 데려가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반박했다. 

또 “고려인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것도 오해”라며 “이미 2년전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때 그곳 고려인들에게 정성껏 설명을 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4월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해 재외동포 300여명을 초청해 카자흐스탄의 경제중심 도시인 알마티에서 동포간담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후 중앙아시아 교포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고려극장을 방문하고 독립운동가 계봉우·황운정 의사의 유해를 봉환하는 행사에도 참석했다.

▲ 2019년 4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경제 중심 도시인 알마티에서 현지 동포 300여 명을 초청해 동포간담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청와대>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우 의원은 “문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이 계셨던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대한민국 정상으로 최초로 방문했다”며 “우리 동포 500여명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고려인 1세대는 애국자이며 독립유공자이며, 지금 이 자리의 고려인 모두는 개척정신, 근면과 성실을 지켜온 영웅이라며 그간의 노고에 감사드렸다”고 떠올렸다.  

우 의원은 “순방을 통해 계봉우, 황운정 지사 내외분 봉환과 함께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결정에 대해서도 계봉우, 황운정 지사 후손들을 포함한 많은 동포 여러분들께서도 기꺼이 축하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 귀환의 의미에 대해 우 의원은 “박노자 교수가 깊이 천착하고 있는 17만 강제이주 조선인의 비극과 그 후손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이 땅 안에 살았던 사람 뿐만 아니라 그 바깥에서 치열하게 생애를 보낸 분들의 희생을 통해서 이만큼 성장했기 때문임을 점점 더 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재한 고려인 대우에 대해 우 의원은 “박 교수님의 고언 잊지 않고 고려인 영주권 문제 등 고려인과 동질감을 회복하는 제도적 개선책도 끊임없이 모색하겠다”며 “홍범도기념사업회부터 더욱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2019년 4월 21일 카자흐스탄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에서 강제이주 관련 단막극 '기억'을 관람한 뒤 나오다 정문에 걸려 있는 한글 현판 앞에서 니 류보비 극장장 등 관련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