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용 전체를 보셨다면 취지와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또 다시 뭐라도 하나 잡았다는 듯, 보름 전 기사를 왜곡하여 네거티브 정치에 몰입하는 범여권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니, 민생은 뒷전인 채 상대후보 흠집 내기에 올인하는 구시대 정치행태를 보이는 듯 싶어 참담한 심정입니다.”

지난 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캠프 김병민 대변인이 ‘부정식품’ 발언과 관련해 내놓은 해명 중 일부다. 김 대변인은 “인터뷰 내용 전체를 보셨다면 취지와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라면서 논란의 진위를 범여권의 흠집내기 탓으로 돌려 버렸다.  

▲ 윤석열 대통령 예비후보 선거 캠프의 김병민 신임 대변인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캠프 인선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최지현 부대변인.<사진제공=뉴시스>

기이하다. 인터뷰 내용 전체를 본 이들이 앞장서서 비판하고 있는데도 눈과 귀를 막은 채 남탓에 올인하는 모양새가 말이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언급된 바지발언에서 백제발언에 이르기까지 각종 갈등을 유발하는 말장난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국민 분들이 상당합니다”라며 “집권당이 제 눈의 들보를 먼저 들여다보고, 민생을 최우선에 두는 정치행보에 나서기를 촉구합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전형적인 프레임 전환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1일1사고’를 자처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으로 인해 국민캠프 측은 연일 해명을 내놓는데 여념이 없을 정도다. 5일 논란이 된 윤 전 총장의 부산일보 인터뷰 삭제 논란(☞관련기사 : ‘1일1사고’ 윤석열, 이번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아니다” 망언)에 대해서 국민캠프가 내놓은 해명은 어땠을까. 이 역시 옹색하기 짝이 없었다. 

후쿠시마 원전엔 진심인 분  

“지면 매체의 특성상 긴 시간의 인터뷰를 압축적으로 기사에 담는 것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의미가 다르게 전달됐을 경우 서로 조정할 수 있는 문제(다).”

이날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는 문제의 윤 전 총장 발언에 대해 진심캠프가 부랴부랴 내놓은 해명은 이랬다. 이날 국민캠프는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인터넷 판에 처음 올라온 기사는 후보의 의도와 다르게 반영됐다”며 위와 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캠프 측은 “인터뷰 보도 과정을 두고 공세를 벌이는 것은 비열한 정치 공세”라고 덧붙였다. ‘부정식품’ 발언 논란에 대해 “보름 전 기사를 왜곡하여 네거티브 정치에 몰입하는 범여권 정치인들의 모습”에 “참담한 심정”이라던 며칠 전 해명의 프레임 전환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논조였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윤 전 총장의 후쿠시마 관련 발언이 부산일보 인터뷰 한 번 뿐이 아닌 것을. 5일 프레시안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달 19일 매일경제와 한 인터뷰에서도 부산일보 인터뷰와 동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끈다. 

“인류 역사상 원전 사고라고 하는 게, 이제 체르노빌이 원전 사고이고, 후쿠시마는 이제 그건 지진과 해일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방사능이 외부에 유출돼서 사람이 죽고 다친 건 아니란 말이에요? 미국의 스리마일은 사고는 났지만 격납고가 확실히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가압수형과 경수형이 나뉘는데 가압수형은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서 격납고가 터질 일이 없다는 말이에요. 3세대 원전은 그런 수소 폭발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체르노빌 가지고 안전문제를 거론하기에는…(적절치 않다).” (매일경제 유튜브 채널 ‘레이더 P’가 공개한 윤 전 총장 인터뷰 영상 중)

▲ <이미지 출처=매일경제 유튜브 채널 '레이더 P' 영상 캡처>

그러니까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 “지진과 해일”이고 “방사능이 외부에 유출돼서 사람이 죽고 다친 건 아니란 말”이란 윤 전 총장의 해당 발언이 부산일보가 친절하게 삭제한 내용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주장이란 얘기다. 

앞서 매일경제 인터뷰에서도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해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는 윤 전 총장의 진심을, 확신범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이날 오후 “윤석열 후보,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왜곡과 무지. 대선후보 자격 없다”라는 논평을 통해 직격탄을 날렸다. 

“윤석열 후보가 이번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일본 우익보다 더한 왜곡된 현실인식과 무지를 드러냈습니다. 윤 후보의 이번 발언과 인식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기본적인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우 충격적이고 심각한 사안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즉각 이 발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강하게 촉구합니다.”

이번에도 ‘어디서 들은 얘기’라고 할 건가 

우연이나 착오일 리 없다. 이쯤 되면 “후보의 의도와 다르게 반영됐다”는 윤석열 캠프 측 해명은 어불성설이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윤 전 총장의 관련 발언을 두고 “아무말 대잔치”라고 꼬집는 와중에 나온 해명치고는 옹색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남탓’도 불가능해졌다. 적어도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해서는 윤 전 총장의 입이 본인이 확신범이라는 사실을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시켜 주고 있지 않은가. 혹시 모를 일이다. 윤 전 총장이 재차 ‘주위에서 들은 얘기’, ‘책에서 본 얘기’란 해명을 내놓을 지 말이다. 

“이정도의 무지라면 차라리 공부가 부족하다고 말한 최재형 예비후보의 무책임이 솔직함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모르는 것이 잘못이거나 부끄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국가 현안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더욱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은 후안무치합니다. ‘와전’이니 ‘들은 얘기’ 등의 변명과 해명은 정말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이것이 민심탐방의 결과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덧붙여 윤 예비후보 측이 왜곡이네, 선동이네, 정치적 공격이라는 어이없는 역공세를 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윤석열 예비후보를 둘러싼 논란의 시작은 윤 예비후보 본인의 ‘입’입니다. 지금은 한가롭게 휴가를 떠날 때가 아니라 본인의 준비 안 된 정책을 밤샘 공부라도 해야 할 때임을 분명히 지적합니다.” (5일 민주당 김진욱 대변인 서면브리핑)

국민의힘 입당 전 윤 전 총장은 각계 전문가를 만나는 민심탐방을 벌였다. 지난달 5일 원자력 전문가로 알려진 서울대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의 면담도 그 중 하나였고, 그 결과가 바로 연이은 인터뷰 속 어이없는 주장이었던 셈이다. 

심히 걱정된다. 여타 전문가와의 만남에서, 이른바 ‘열공’에서도 엉뚱한 것만 배운 건 아닌지, 그 공부 자체가 백해무익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맞다. 선생들이 무슨 문제겠는가. 배우는 이의 자세가, 평소 철학이 진짜 문제였으면 문제지.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를 방문해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