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전을 일단 경제적인 에너지원이고 또 탄소 중립에 부합하는 에너지원인데, 안전 문제만은 그건 아주 과학과 전문성 의해서 판단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안전에 약간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걸 보완해야 되고. 지금 뭐 앞으로 나오는 원전은 안정성 문제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원전이 체르노빌하고 다르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었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는 궤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극우 유튜버’의 ‘가짜뉴스’와 같은 주장은 누구의 입을 통해 발설됐을까.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4일 <부산일보> 인터뷰(<[野 대선주자 윤석열 인터뷰]④ 尹 “과도한 중앙집권, 부산 침체의 원인”>)에서 윤 전 총장은 “부울경은 세계적으로 원전 최대 밀집지역이다. 탈원전 정책에 대해 다른 지역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원전 확대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란 질문에 위와 같이 답한 뒤 이런 설명을 이어갔다. 

▲ <이미지 출처=부산일보 홈페이지 캡처>

“여러가지 지질학적, 과학적인 그런 분석과 근거에 의해서 만약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가 원전 줄여나가야 되겠지. 그러나 안전성 문제가 없다면 그걸 더 과도하게 위험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하여튼 과학의 문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봤을 때 안전 문제가 있으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근데 과학적으로 봤을 때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과도하게 그럴 필요가 있나.”

‘과학의 문제’ 운운하며 누가 봐도 비과학적인 주장을 아무렇지 않게 제기한 윤 전 총장.  ‘탈원전 수사’를 주도했던 그의 이런 식견과 근거는 가히 ‘윤석열 사태’ 당시 ‘조국 펀드’를 ‘스모킹 건’이라 주장했던 모습과 닮아 있지 않은가. 이어 윤 전 총장은 “탈원전 정책 검토해보겠다는 것인가”란 질문에 역시 ‘과학’을 강조 또 강조하고 있었다. 

“안전성 문제를 가지고 과학적인 접근을 해야 된다. 내가 검찰총장 시절 월성원전 사건 때문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서 쭉 봤다. 원안위 멤버들이 전문가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 시민단체 인사들이 와서 거기에 대해 얼마나 전문지식이 있는지 의문이다. 과학을 과학으로서 접근해야 한다.”

<부산일보>가 알아서 기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과 쓰나미로 변전설비가 침수되어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노심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 연료봉에 있던 지르코늄이 물과 산화반응을 일으켜 1200도 고온에서 수소를 만들어내며 폭발해 방사능이 누출된 사건이다. 원자로가 녹아내려 태평양까지 방사능에 오염됐는데 ‘방사능 유출이 없다’고?” (5일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 페이스북 글 중 일부)

▲ 2011년 3월 14일 오전 11시 1분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가 폭발하면서 3명이 다치고 7명이 실종된 것으로 현지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YTN 캡쳐, 뉴시스>

깜짝 놀란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사능 유출 사건을 비과학적으로 진단하며 ‘과학’을 앞세운 윤 전 총장의 주장에 즉각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부산일보>가 인터뷰 기사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 대변인은 해당 글에서 “아침에 다시 기사 확인을 하니 그 부분이 사라졌다”며 “부산 분들에겐 매우 중요한 후보 정보일 것 같아 증거를 남겨놓는다”고 주장하며 관련 인터뷰를 공유하기도 했다. 또 부산이 고향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역시 페이스북에 해당 인터뷰를 공유하며 삭제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일보>가 후쿠시마에서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는 윤석열 인터뷰 발언을 삭제하기 전 원본 인터뷰. <부산일보>, 알아서 기는 것인가?(...). 이하 윤석열의 <부산일보> 인터뷰 중 적색 밑줄 그은 부분이 삭제되었다. 후쿠시마에서 원전이 녹아내리고 수소폭발이 일어나 방사능이 유출되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부산일보>는 왜 이 구절을 삭제했는지 밝혀야 한다.(☞ 삭제 전 아카이브에 등록된 기사 원문)”

확인 결과, <부산일보>는 네이버 등 포털 송고 기사에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었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는 윤 전 총장의 문제적 발언을 삭제했다. 

다만 5일 오전 8시 현재 <부산일보> 온라인판엔 위 발언이 포함돼 있다. <부산일보>가 의도적으로 위 문장을 삭제했는지, 왜 포털 송고용 기사와 자사 온라인판 기사 내용이 다른지, 윤 전 총장 측 요구로 문장을 삭제한 건지 자의적 판단이었는지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오전 10시 현재 부산일보는 온라인판에서도 해당 문장을 삭제한 상태다). 

연쇄 망언범, 연쇄 망언마 윤석열의 1일1사고 

“연쇄 망언범, 연쇄 망언마 윤석열의 망언이 하루도 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직 검찰 수장이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인식 수준이 이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수준으로 수사와 기소를 해 왔다는 게 끔찍합니다.” (지난 2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글)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6일 대전 유성구 한 호프집에서 '문재인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멀어진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에 참석해 원자력 문구가 써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말 그대로 ‘1일1사고’를 자랑하는 윤 전 총장을 향해 김 최고위원은 ‘연쇄 망언범’, ‘연쇄망언마’란 닉네임을 부여했다. 실제 그랬다. 어제(4일)만 해도 윤 전 총장은 잇따른 ‘쩍벌’ 지적에 “허벅지에 살이 많다”거나 “애완견은 180도(‘쩍벌’)도 가능”이라는 실언을 내놔 입길에 올랐다. 

윤 전 총장에게 말과 글에 정치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다는 원론을 들이대 봐야 입만 아플 지경이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는 궤변을 과학적이라 우기는 윤 전 총장 같은 이가 대선후보로 나선 것 자체가 한 편의 부조리극이 아닐 수 없다. 

향후 정치행보는 물론 과거 검사 시절 그가 한 수사 또한 하나하나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비과학을 과학이라 우기는 중학생 수준의 확신범이 제1야당 대선후보이자 지지율 1,2위를 넘나드는 작금의 현실을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 문제적 발언을 알아서 삭제하는 <부산일보>와 같은 언론들 아니었을까.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