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당대표가 공적인 자리에서 당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악용되고 있는 ‘대깨문’ 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친노’가 안 찍어서 과거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황당한 논리를 펼치고, 나아가 막 경선이 시작된 판에 아예 특정 후보가 다 확정된 것처럼 사실상 지원하는 편파적 발언을 했다니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국민면접관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 아닙니까? 공정과 정체성, 신중함은 당 운영의 생명입니다.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도대체 당을 어디로 끌고 가려 합니까? 어찌 수습하려 합니까? 당의 통합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당의 통합을 해쳐서야 되겠습니까? 이유 불문하고 즉각 사과부터 하십시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전 총리로 후보 단일화 합의를 밝힌 후 손을 잡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중 하나인 정세균 전 총리가 5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항의 글이다. 이날 오전 송영길 당 대표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친문세력이 이재명 지사를 강력하게 견제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배제의 논리는 안 된다”면서 한 답변에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과연 송 대표가 어떤 발언을 했기에 정 전 총리가 이렇게 공개 반발하고 나선 것일까.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 때 (민주당 대선후보에) 정동영 후보가 (당선)됐는데, 차라리 이명박이 낫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결과가 어땠는가. 철저한 검찰의 보복으로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게 되는 비극적 상황이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소위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이런 안이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수 없고, 제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이날 송 대표가 ‘반이재명 연합’ 등에 대한 해법은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역량에 달렸다”면서 한 발언은 이랬다. 이어 송 대표는 자신을 ‘친이재명’으로 분류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그런 말은 맞지 않다”면서 “제가 비주류로서 오래 설움을 당한 아픔이 있는데, 당내에서 어떤 특정인을 배제하면 안 된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정세균 전 총리는 이광재 후보와의 단일화를 마무리 지었다. 이낙연 전 총리 역시 비대면으로 공식 대선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의 대선후보 국민면접 다음날 나온 송 대표의 해당 발언에 발끈하는 이들의 스탠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논란될 발언? 그럼에도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모집은 순항 중  

“저는 당대표를 하면서 어느 특정세력에 의존하지 않고 풀뿌리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어떤 특정 후보에 편향되지 않고 가장 공정한 경선을 통해 자랑스러운 우리 대선후보를 선출함으로써 우리 민주당이 원팀이 되어서 하나의 힘으로 이 역사적 소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날 송 대표가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 모두 발언 중 일부다. 같은 맥락에서, 소위 ‘대깨문’ 발언은 일부 지지자들이 섣불리 ‘반이재명’ 연합을 표방하며 거친 언사로 지지자들간 불화를 부채질하는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따졌다기 보다 ‘원팀’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온 발언인 셈이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반면 송 대표가 참여정부 당시 정동영 후보를 거론하며 과거지사를 길어 올릴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송 대표 본인이 참여정부에 등을 돌린 전력이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었다. 그럼에도 핵심은 ‘대깨문’까지 언급하며 극약처방에 나선 송 대표가 가리키는 나무가 아닌 숲일 터이다. 

송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예비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과격한 언사나 갈라치기 전략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 와중에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대선 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오후 5시 30분 현재 10만에 육박(약 9만3천)하는 인원이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국민면접관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당내 경선 흥행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 <이미지 출처=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지난 주말 아홉 분의 대선주자들 간에 첫 TV 토론과 국민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당 공식채널인 델리민주 TV에 최대 8,000여명이 동시접속 했고, 각종 온라인 채널을 통해 최소 2만 5천여 명의 국민께서 함께 하신 것으로 추산됩니다. 

기존의 ‘엄격‧근엄‧진지’ ‘엄근진’ 을 넘어서서, ‘유연‧해학‧진솔’ ‘유해진’ 을 더한 후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치열한 토론과 날카로운 질문들 중에 금과옥조를 잘 골라내서, 대선공약과 입법과제로 차곡차곡 축적해 나가겠습니다.” (5일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당 최고위원회 발언 중) 

앞서 송 대표 또한 “경선기획단을 이끌고 있는 강훈식 단장님, 총괄하고 있는 윤관석 사무총장님을 비롯한 실무진들이 여러 가지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라며 “적극적으로 이분들이 창조적 아이디어로 경선기획이 성공하도록 적극 뒷받침 하겠습니다”라며 경선기획단에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추미애의 노련함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매체 인터뷰에서 ‘쥴리’ 관련 의혹을 스스로 수면 위로 끌어 올린데 이어 송 대표는 ‘대깨문’이란 속칭 혹은 멸칭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언급을 두고 다수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 전 총리의 반발처럼 “아예 특정 후보가 다 확정된 것처럼 사실상 지원하는 편파적 발언”으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해당 발언 자체가 고작 예비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후보를 배제하려는 특정 세력의 움직임에 대한 강한 질타 및 경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일 1차 TV토론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여타 유력 후보들에게 “경선 패배 시 상대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을 용의가 있느냐”고 묻고 확답을 얻어낸 것이야말로 상징적 장면이라 할 만하다. 경선 직후 생길지 모를 당내 파열에 대해 2년 임기를 꽉 채워 마친 바 있는 전 당 대표다운 경륜이 묻어나는 전술이었다고 할까. 

11일까지 이어지는 민주당 경선은 이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을 뿐이다. 송 대표의 대깨문 발언이 지지자 전체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지는 명약관화해 보인다. 이른바 ‘원팀 전략’ 말이다. 속어나 멸칭 표현에 대한 지적이 아닌 편파적 발언이라는 정 전 총리의 비판이 의아한 것은 그래서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광재, 최문순, 정세균, 이재명, 양승조 후보.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