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평등법이 발의되었습니다. 이상민 의원님이 대표발의하였고 저를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24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습니다. 평등법은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며 차별을 예방하고 실질적 평등을 구현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함을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어떤 사유로든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이 법의 핵심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이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논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를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박주민 의원 등 범여권 의원들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평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평등법) 발의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박주민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16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평등법(‘평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발의 소식을 전한 페이스북 글 중 일부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박 의원은 “이제 이 법은 법사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라며 “법사위 간사로서 최대한 속도를 내고, 최대한 내실 있는 토론을 통해 이 법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힙니다”라고 다짐했다. 

이날 무소속 김홍걸 의원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포함 ‘이상민 평등법’ 발의에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은 박용진‧박주민‧홍익표‧진선미‧김용민‧이탄희‧권인숙‧남인순‧양경숙‧유정주‧이동주‧윤미향‧최혜영‧이수진(서울 동작을)‧이수진(비례대표)‧박성준‧윤영덕‧이용빈‧송갑석‧양이원영‧이재정 의원 등이었다. 

이를 두고 <한국일보>는 <차별금지법 ‘제대로’ 탄력받았다... 박용진·박주민 등 24명 공동발의> 기사에서 “민주당 의원이 22명이나 참여했고, 스타급 의원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며 “‘차별금지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린치 대상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의원들이 단단히 마음먹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지난 14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 동의’ 국회청원이 10만 명을 돌파하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부를 앞둔 가운데 지난해 6월 발의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차별금지법안과 민주당의 평등법 발의가 ‘올 가을까지 제정’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인숙 의원의 눈물겨운 호소, 추미애의 ‘젊은 정치’ 

“변희수 하사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저는 계속 울고 있습니다. 저급한 차별이 계속되는 사회는 너무 부끄럽습니다. 처벌 조항도 없이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려는 이 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말하는 게 가식뿐이었던 부끄러운 사회로 더 후퇴하게 될 것입니다. 

며칠 전 당선된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공정’을 주요한 가치로 내걸었습니다. 현실에 분명하게 존재해서 사람의 목숨을 끊게 하는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공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기만이라는 용어를 붙이기도 아까운 그 자체가 저열한 차별과 혐오행위입니다. 이제 국회는 급하게 답변해야 합니다.”

같은 날 권인숙 의원이 “차별과 혐오를 멈추는 노력을 지난 14년 동안 방기해온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정말 급하게 그러나 성의 있게 답변해야 합니다”라고 촉구하며 끝을 맺은 페이스북 글 중 일부다. 

과거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이자 여성학자 출신인 권 의원이 고 변희수 하사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눈물겹게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처음 발의된 이후 보수정당과 보수개신교 등 반대 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14년 동안 제정되지 못했다. 

민주당이 집권한 이후에도 당 내에서 보수개신교의 눈치를 보는 의원들로 인해 조속한 처리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던 차에 저절로 반전이 마련됐다. ‘공정’을 내세운 체 ‘혐오정치’에 몰두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이대남’을 등에 업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17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또한 평등법(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하며 바로 이 지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평등법 발의는) 답답했던 속을 풀어주는 고맙고 반가운 소식입니다. 해당 법안의 전직 주무장관으로서 재임 중 입법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컸었는데 이번만큼은 꼭 통과되기를 응원하고 기대합니다. 차별과 배제를 이대로 두고서는 더 좋은 세상, 인권 선진국으로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이번에 발의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당의 진보적 개혁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길이자, 법안 통과 과정에 가해질 고질적인 반대와 외압을 함께 이겨내는 길입니다. 대선에 나설 민주당 후보들께서도 한 목소리로 평등법안 통과를 지지하리라 기대합니다.”

이날 추 전 장관이 “‘젊은이 정치’ 가 아닌 ‘젊은 정치’로 나갑시다”란 제목으로 적은 페이스북 글 중 일부다. 장관 재직 시절 인권을 내세웠던 추 전 장관은 이어 “이준석 현상에 대응해 우리 민주당이 지향해야 할 정치는 생물학적 나이에 연연하는 ‘젊은이 정치’가 아니라 열린 사고와 진취적인 실천, 과감한 개혁으로 심장을 뛰게 만드는 ‘젊은 정치’”라며 “법안 발의에 나서주신 의원님들의 ‘젊은 정치’에 박수를 보냅니다”라고 강조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사무총장에 한기호 의원, 정책위의장에 김도읍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왼쪽부터 한기호, 김도읍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이준석 열풍을 잠재우는 효과적인 방법 

부동산 전수조사부터 수술실 CCTV 설치에 이어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맞다. 민주당이 몰두할 것은 나이만 어린 ‘젊은이 정치’가 아니다. 추 전 장관 말마따나 과감한 개혁이 담보된 ‘민생개혁’만이 살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추 전 장관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당론 채택”을 촉구한 것은 그간 법 제정에 소극적이었던 당 지도부는 물론 여타 대선 주자들에게도 자극이 될 만한 ‘젊은 정치’를 강조하는 ‘신의 한수’라 할 만했다.

전날(16일) 각종 막말과 혐오 발언, 5.18 폄훼 등을 앞세웠던 군 출신 한기호 의원을 사무총장에, 검사 출신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내정한 이 대표와의 차별화 지점이 확실한 것은 물론이고. 

이날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미친... 지하철 4호선 역대급 빌런 등장함”이란 제목의 동영상이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지하철 내에서 담배를 피우던 젊은 남성이 이를 제지하는 시민에게 “꼰대”라거나 “위선” 운운하며 막무가내로 저항하던 행동이 담긴 영상이었다. 

▲ <이미지 출처=트위터 영상 캡처>

이를 두고 ‘이대남 현상’이나 ‘이준석 열풍’의 부작용이란 지적이 들끓었다. 차별과 혐오를 앞세운 정치인이 보수야당 당 대표를 맡고 전 언론이 그를 부각하면서 일부 극우보수 커뮤니티에서나 통용될 몰지각할 행동을 일삼는 젊은 남성들이 액션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야말로 이러한 혐오 및 차별을 눈감는 정치, 이를 추종하는 세력을 향한 분명한 선언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혐오 및 차별을 한국사회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사회는 그런 반문명 국가가 아니라는 선언 말이다. 이번에야말로 집권여당 민주당이 당론 채택에 이어 과반수 횡포(?)를 발휘할 때다. 그것이야말로 민생개혁이고 ‘이준석 열풍’을 잠재우는 ‘젊은 정치’일 것이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