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직전 3월 여야는 국회의원에 대한 전수조사 및 LH 사태에 대한 특검 실시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지만, 합의서를 쓰거나 국회 처리에까지 이르진 못했다. 윤 전 총장은 LH 사태와 여야 정치인들의 부동산 의혹까지 모두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는 제안을 하며 대선 주자로서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동아일보>의 <윤석열 “LH사태 특검해야… 어물쩍 넘기면 국민이 질책할것”>이란 단독기사의 일부다. 이날 <동아일보>는 전날(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나눈 전화통화 내용을 짤막하게 소개하며 위와 같은 주석을 달았다. 이 같은 제안을 적극적인 차별화로 볼 지, 여당 발표에 따른 숟가락 얹기로 볼 지에 대해선 해당 기사를 받아쓴 언론사마다 의견이 분분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해당 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여당의 부동산 투기 의혹 12명의 출당 요구에 대해 “수사권도 없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를 했는데도 국민들이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며 “이젠 국민들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특검을 통해 전모가 밝혀지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4·7 재·보선 전에 특검 수사로 가는 걸로 여야가 합의를 한 사안”이라며 “국민들이 다 그렇게 기대하고 있는데 다 잊어먹었다고 생각하나”, “어물쩍 넘어가면 국민들의 실망, 질책을 뒷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권익위는 해당 여당 의원들의 의혹과 관련된 조사 결과를 경찰 국가수사본부 중심의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전직 검찰총장이 특검 수사 운운한 것이 온당한지 감사원에 감찰을 요구한 국민의힘이 반대 여론에 직면한 것을 보고도 특검 수사를 종용하는 것은 적절한지 의문이다. 그런 윤 전 총장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보수야권 대선주자가 나왔다. 바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었다. 

홍준표의 변화구, 우원식의 돌직구 

“국민 권익위가 그 정도의 단호함을 보였다면 야당도 이제 권익위를 거부할 명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무소속 이지만 저도 국민 권익위 조사를 받을 서류를 오늘 접수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선후보들도 모두 동참 합시다. 이번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 조사에서 국민 권익위가 보여준 공정성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이날 오후 홍 의원이 본인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 중 일부다. 해당 글은 이날 오전 윤 전 총장의 ‘동아’ 인터뷰가 화제가 된 후 나오면서 “대선후보들도 모두 동참합시다”란 대목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홍 의원이 권익위 조사에 대해 “공정성에 경의를 표하는 바”라며 극찬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앞서 특검 수사를 주장한 윤 전 총장의 주장과 확실히 대립각을 세웠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권분립이란 헌법 정신까지 부정하며 감사원 감찰 요구를 강행한 국민의힘을 향한 반대여론을 발 빠르게 읽은 홍 의원이 국민의힘을 향해 일종의 훈수를 뒀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홍 의원이 우회적이었다면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같은 시각 <윤석열 전 총장은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조사부터 받게 하라>는 페이스북글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LH사태를 두고 언론에 직접 메시지를 냈습니다. 전언 정치, 측근 정치로 국민을 아리송하게 만들던 것에 비하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전제한 뒤 이어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렸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느닷없는 여야 정치인 포함 특검 요구는 부적절합니다. 자신이 검찰총장 시절 합의한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출범한 국수본이 LH 투기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수본 수사를 무시하는 듯한 특검 요구는 평소에 경찰수사력을 얕잡아 본 전직 검사의 편견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더구나 민주당은 권익위 전수조사를 거쳐 국수본 등 관계기관에 조사대상을 자처한 상황입니다. 차별화는커녕 뒷북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는 침묵하면서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이 애써 “대선후보들도 모두 동참 합시다”라며 에둘러 표현한 본심을 우 의원이 대신 발화해준 꼴이었다. 이어 우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을 대선후보로 밀고 있는 국민의힘에 전수조사와 관련해 호통을 칠 것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또한 ‘대선주자 윤석열’의 자격과 자세에 관한 물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지금 할 일은 엉뚱한 특검 요구가 아니고 부동산 전수조사 시간끌기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국민의힘에 호통치는 것입니다.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주겠다는 국민의힘은 부동산 전수조사를 거부하는데도 한 마디도 못 하면서 무슨 특검입니까? 내로남불 소리 듣지 않으려면 국민의힘부터 설득해서 민주당과 다른 야당처럼 권익위 전수조사부터 받게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입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에 문을 연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리고, 조바심 난 보수언론들  

전날(9일) 대다수 언론이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얼굴을 내비친 윤 전 총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나섰다. ‘첫 등장’, ‘공식 행보’ 등 표현은 다 달랐지만 일정정도 윤 전 총장의 직보에 기대를 거는 논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연 윤 전 총장의 화법이나 메시지의 알맹이 모두 기대 이하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걸어가는 길을 지켜봐 달라”는 메시지는 여전했고, 핵심을 비켜가는 화법 또한 검찰총장 재직 시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일부 언론이 ‘간보기 정치’를 비판하자 부랴부랴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준비한 듯한 인상이 강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힘 입당을 비롯해 구체적인 일정은 물론 여타의 비전 또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의 어정쩡한 행보에 대한 보수언론의 비판도 날로 커지는 중이다. 10일자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의 <이준석과 ‘10원 한 장’의 公正>이란 칼럼도 그 중 하나였다. 

“문제는, 문 정권의 공정은 다르다는 점이다. 내로남불이라는 ‘선택적 정의’가 횡행한다. 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면 국민의힘이라도 당헌·당규를 공정하게 적용해 국민 분노를 풀어줘야 옳다. 차기 대선 경선은 7월 12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해 전국 순회경선과 온라인·현장투표를 거쳐 11월 9일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선 나도 기대가 크다. 그러나 아직 입당 의사도 밝히지 않은 특정인을 기다릴 게 아니라 ‘버스 정시 출발’해야 한다는 당대표 후보는 이준석 정도다. 나경원은 대선 경선 일정을 추석인 9월 21일 이후로 늦춰서 명망가들을 모두 영입해 원샷 경선을 치르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윤석열을 위해 제1 야당 당헌·당규를 어기는 건 과연 공정한가.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가 2012년 단일화 놀음을 하면서 국민을 희망고문했던 것과 뭐가 다른가.”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풀이하자면, 이른바 대선열차 스케줄에 맞추려면 윤 전 총장이 좀 더 일찍 본격적으로 대선판에 뛰어들어 검증도 받고 이슈몰이에 동참하라는 주문이라 할 수 있었다. 아울러 <조국의 시간> 출간과 함께 점화 중인 ‘윤석열의 시간’과 가시지 않는 처가 의혹에 대한 우려도 섞여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지금 윤 전 총장이 특검 수사니 권익위 조사니 남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때가 아니다. 윤 전 총장 본인이 먼저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답하는 것이 우선이요 대선주자로서의 의무일 터이다. 김 대기자는 “윤석열은 10원 한 장의 불의도 미리 밝힐 의무가 있다”며 “공정해야 할 것”이라 주문했다. 윤 전 총장을 향한 혹독한 검증의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하성태 기자